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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원진아 "포스트 수애? 민망하고 죄송..목소리 콤플렉스였다"

배우 원진아 이야기를 할 때 ‘포스트 수애’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오곤 한다. 수애의 단아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원진아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원진아는 수애라는 이름을 직접 언급하기 전부터 쑥스러운 미소를 지은 상태였다. 그는 “너무 민망하고 죄송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수애 선배님은 동경의 대상이고 아름다움의 대명사이지 않나. 그것에 못 미치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전했다.

“외모가 닮았다는 것보다도 표정이나 말투, 목소리 등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 제 입장에서는 닮았다, 닮지 않았다 하시면서도 저를 한 번 더 봐주시게 되니까 감사하다. 아직 제가 보여드린 모습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저라는 사람을 더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귀엽고 어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낮은 톤의 목소리가 수애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원진아는 목소리에 대해 칭찬하자 “사실 콤플렉스였다”고 털어놨다. “너무 낮기도 하고 화난 듯한 말투이기도 하다. 처음 들으면 놀라시는 분이 많다. 외모랑 어울리지 않으니 일부러 내는 거냐는 말도 있고”라고 말한 그는 “그런데 연기할 때는 이 톤을 좋아해주시더라. 매력적이라고도 말씀해주시고. 지금은 제 목소리가 좋다”고 긍정적으로 덧붙였다.

드라마는 첫 주연작인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이었지만, 사실 원진아는 영화계에서 차근차근 올라온 배우 중 하나다.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을 비롯해 ‘중고, 폴’ ‘바이바이바이’ 등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에서 단역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원래부터 배우를 하고 싶었다. 첫째인데다 남동생도 둘이다보니 하고 싶은 것을 시켜달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집에 보탬이 안 돼도 되니까 이제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셔서 서울에 올라온 거다.”

서울에 올라온 지 이제 3~4년 정도 된 그는 처음에는 올라오기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다고. 그러나 연고도 없고 마땅한 길도 없는 그에겐 우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먼저였다. 가고자 하는 길과 비슷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먼저 했고, 다행히도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배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독립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제가 인복이 진짜 많다. 스태프분들이 다음 작품 있냐고 하시면서 독립영화를 계속 소개시켜 주시는 거다. 상업영화 오디션 보기가 되게 힘들다고 들었는데 오디션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됐다. 결국 떨어지기는 했지만 회사를 빨리 만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믿을만한 분들을 소개해주셨다. 덕분에 지금 대표님도 만나고 회사도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갔다고 해서 갑자기 생활이 나아지거나 오디션에 붙는 건 아니었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영화관 아르바이트는 계속 해야 했다. “회사에서 미안해하기는 했는데 제 나이에 직장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며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 그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상영관에서 제가 찍은 광고가 나오더라. 그런데 아무도 못 알아본다. 저 사람이 이 사람일 거라고 상상을 못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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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오히려 간절했던 시간이 있어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모님은 이렇게 뭐라도 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조금 더 지원해주고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걸 힘든 시간을 준 거 같다고 해주시는데 사실 오히려 빨리 순탄하게 배우고 했으면 지금처럼 간절했을까 싶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부딪친 것들이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어른들이랑 일을 해봤기 때문에 현장 가서도 주눅이 많이 안 들게 되고, 사람 대하는 것도 편한 편이다.”

브라운관에서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방송되는 사이, 스크린에서는 ‘강철비’가 개봉했다. ‘강철비’에서 원진아는 북에서 남으로 내려와 사건에 휘말리는 개성공단 직원을 맡았다. 비록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정우성 등과 어색하지 않게 호흡을 맞췄다. 거의 극과 극으로 비춰지는 두 인물의 간극 덕에 “이 여자가 이 사람이야?”하는 반응이 종종 들려 재미있다고. “두 작품을 분리해서 봐주셨다는 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마친 원진아의 차기작은 영화 ‘돈’(감독 박누리)다.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사이에서 홍일점 활약을 예고했다. 다만 촬영 자체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보다 ‘돈’이 먼저였다고. 원진아는 그래서 더 힘들고 불안하기도 했다며 작품에 대한 조금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전 작품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음 영화를 찍으니까 부담감도 크고 촬영할 때도 힘들기는 했다고. 잘하고 있는 건가 의구심도 들었단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상업 작품으로 세 번째인데 제가 연기하는 것을 처음 본 작품이기도 하다. ‘강철비’를 먼저 찍고 개봉하기도 전에 ‘돈’ 촬영을 했다. 전작이 있으니까 더 잘해야 되는데 앞에 어떻게 했는지 못 봤으니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 캐릭터 자체도 저와 많이 달랐기에 굉장히 어려웠다. 이제 좀 알 것 같을 때 촬영이 끝났다. 너무 아쉽지만 대본도 좋았고 같이 연기하신 선배님들도 베테랑이셔서 믿고 있다.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잘 나왔으면 좋겠다.”

‘민폐를 끼칠까 걱정했다’ ‘누가 되지 않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한 단계 한 단계 지날수록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였다. 그렇다면 원진아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일까. 그는 “진심으로 연기하는 것”을 꼽았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촬영하면서 모든 선배들이 가슴으로 하는 게 느껴졌다고. 시청자들이 봤을 때 진심처럼 보이는 배우는 현장에서 상대배우에게도 그와 같은 에너지를 준단다. 그리고 꼭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안 보여드린 모습들이 보여드린 모습보다 많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다른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 지금 당장 못하더라도 못하면 못하는 대로 질타를 해주시면서 발전할 모습을 기대해주시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열심히 하겠다.”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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