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앞세워 한국산 태양광·철강 등의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수위도 높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 8일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문제를 해소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펜스 부통령이 즉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깜짝 요청’은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제품을 대상으로 규제의 벽을 쌓고 있는 데 대해 이익균형을 맞춰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상당히 ‘쉬운(easy)’ 문제를 던져주셨다”며 반어적 화법을 구사했다고 한다. 자리에 배석했던 장 실장은 “우리도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경제문제를 문 대통령께서 챙겼다”며 놀랐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 중국 성장의 온기가 우리 기업에도 미치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민병권·이태규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