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부모나 자녀를 오랜 세월 돌보다가 앞날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족의 목숨을 빼앗는 간병 살인. 지난 2007~2014년 일본에서 간병 살인(미수 사건 포함)은 무려 371건이나 발생했다. 연 평균 46건이며 8일에 한 번 꼴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자초한 것일까.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기자 3인이 함께 쓴 ‘간병 살인’은 이처럼 참혹한 사회현상의 실태와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신문에 연재한 기획 시리즈를 대폭 수정·보완한 단행본이다. 일본처럼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잊을 만하면 간병 살인 사건이 매스컴에 오르내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들이 44건의 간병 살인 사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 절반가량은 가해자가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정신 감정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면서 간병 살인의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다. 저자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간병인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