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다음달 말로 만료되는 가운데 지방자치선거 등의 변수로 총재 인선 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의장직을 누가 수행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에 속도를 내는 등 세계 금융시장 흐름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자칫 중앙은행에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법 14조 2항에서는 ‘의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미리 정한 위원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나와 있다. 현재 한은에서는 6개월마다 의장 직무대행직을 돌아가면서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고승범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대행이며 오는 4월부터 9월까지는 신인석 위원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4월 금통위가 열리는 4월12일까지 한은 총재가 임명되지 못할 경우 신 위원이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지금까지 의장 직무대행을 정해놓기는 했지만 사실상 거의 수행하는 일이 없었다. 따라서 올해 4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로 직무대행을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은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선 스케줄상 3월12일 전후로 최종후보가 결정돼야 한다. 인사청문회법 6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한은 총재직의 경우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임기, 즉 4월1일의 20일 전인 3월12일 전후로는 최종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 자리에 대한 명시가 없는 시기에는 선임 위원이 대행을 전담하는 체제가 운용되던 시기도 있었다. 박승 총재 시절에는 대행 자리를 놓고 ‘부총재’와 ‘선임 위원’ 중 누가 적합한가를 놓고 금통위실과 한은 집행부 간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에서는 한은 총재 후보군을 5~6명 정도로 압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군에는 관료 출신 2명, 학자 2명, 한은 출신 2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으로 한은 총재는 외부와 내부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외부 순서인 만큼 외부 출신이 유력하다는 전망에 힘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