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아니라 어떤 업체도 악의적으로 다른 회사의 기술을 빼앗는다면 법에 따라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기 기술보호를 위한 제도·인프라 보완 등은 필요하다. 핵심 기술을 제대로 보호해야 중소기업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거래에서 기술탈취나 납품단가 인하 압박 등 부당 행위가 일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 전체가 그렇다고 규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중기 기술을 보호하자는 이번 대책의 취지는 좋지만 모든 대기업을 잠재적인 기술탈취 범죄자로 간주할까 봐 우려스럽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정상적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대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기술탈취를 막자는 대책이 되레 국내 중기 기술의 활용 기회를 차단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잖아도 대기업이 중기·벤처를 인수합병(M&A)하면 당장 문어발 확장이니 기술탈취니 하는 비난부터 쏟아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많은 대기업이 아예 해외로 눈을 돌려버리지 않았는가.
대·중기 간 M&A나 거래를 뺏고 빼앗기는 착취 관계로 보는 정부 여당의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 공정한 M&A 생태계나 기술공개·공유 등을 통한 협업경제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