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조직개편과 정기인사를 마무리하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새출발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채용비리’ 사건 등 일부 임직원의 비위와 일탈행위로 흔들렸던 조직을 추스르겠다는 의미인데요.
최 원장은 조직 쇄신 후 새 출발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임직원들에 당당한 자세를 주문하며, 최근 관치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도 보였습니다. 스튜디오에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Q. 정기자, 우선 오늘 최 원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내용은 뭡니까?
[기자]
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새출발 결의대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던진 메세지는 “반성은 하되,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당당해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채용비리와 관치 논란 등으로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금감원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주문입니다.
최 원장은 우선 “금감원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올 겨울 한파만큼 싸늘하다”면서 “금감원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우리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큰 잘못을 행해서라기보다는 그들과 다름없다는 실망감 때문”이라고 반성했습니다.
대한민국 금융의 파수꾼으로서의 사명과 권한이 주어져 있기에 한 차원 더 높은 완전무결함이 요구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최 원장은 “국민의 질타도, 언론의 지적도, 금융회사의 요청도 모두 새겨들어야 하지만 근래 금감원이 외부 입김에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이래서는 감독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는데요.
최 원장은 특히 오늘 임직원들을 향한 당부 말씀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목적의식을 분명히 해야만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바로 세울 수 있다”면서 “원칙과 법규에 입각해 당당하게 우리의 권한을 행사하자”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앵커]
Q.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데 당당해지자는 취지는 이해가 가는데요. 최근 관치논란 등 금감원의 처지를 고려하면 반성의 모습만 보이는 게 더 속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당당함을 강조한 배경은 뭡니까?
[기자]
네, 최 원장은 지배구조나 채용비리 등 이슈를 다루면서 과거 몸담았던 민간 금융사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자꾸 연출되면서 관치논란에 시달렸는데요.
오늘 발언은 이런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앞으로도 금감원은 필요한 경우 메스를 들어 금융회사의 환부를 도려내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요.
채용비리만 하더라도 금감원 스스로 엮여 있다 보니, 검사 결과 등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반발을 하고 있고, “금감원은 자격이 있냐”는 식의 여론에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최 원장은 이런 분위기를 깨야 감독기구로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원장은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난과 직무유기라는 책임 추궁의 딜레마를 전문가적 판단을 통해 극복해 내야만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당장 관치 논란을 일으켰던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 문제나 민간 자율에 대한 지나친 개입 지적이 나온 채용비리 검사 등에 담당자들이 소신있게 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또 한편으로 금감원은 최근 기재부로부터 관치의 위협을 느껴 조직 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데요. 여러모로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앵커]
Q. 관치하면 보통 금감원은 주체 아닙니까, 금감원이 관치의 위협을 느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방만경영과 채용비리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재부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렇게 되면 금감원은 매년 기재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실질적으로 인사권 등이 넘어가면서 관치를 받는 상황에 놓입니다.
지난달 말 이를 결정짓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금감원의 올해 쇄신 성과를 보고 내년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며 유보 결정을 내렸습니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올해 반드시 쇄신 성과를 보여야만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인데요.
금감원 자체적으로 경영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채용 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작업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승진 인사는 대폭 줄고 조직 축소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임원진 전원과 부서장 85%를 교체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고, 지난해 말 2개 부서를 감축한데 이어 올해는 16개 팀을 더 없앨 계획입니다.
여기에 내년에 15개 팀을 더 줄이는 목표도 세웠는데요.
금감원을 이끄는 수장 입장에서는 조직원들의 긍지와 사기를 높일 방안도 필요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