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는 강동원이 유달리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다. 새로운 캐릭터 변신을 하면서 그가 품었던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하는 이 영화는 강동원이 제작 단계부터 참여한 처녀작이기 때문이다.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작품. 강동원은 극 중 모범시민에서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 암살 용의자가 된 김건우 역을 맡아 영화의 중심을 이끌었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첫 번째 제작참여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으로 “장단이 있는 것 같다. 일본 원작에서 결국 권력에 굴복하고 마는 부분은 해소된 것 같다. 원작은 워낙 마음이 아프게 끝나서 우리 영화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했다. 그 부분은 성공한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언제나 있다. 좀 더 다이내믹하게 보여드리고도 싶었다. 원래 할리우드에서 판권을 사오려고 했다가 우리가 사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애정을 품고 뛰어든 ‘골든슬럼버’를 직접 본 소감은 어땠을까. 강동원은 “찡했다. 눈물이 난 지점이 있었다. (김)대명이가 ‘내 친구 살아있다’고 말할 때 뭉클하더라. 사실 내가 눈물이 많아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게 됐다. 혼자서 슥슥 훔쳤다. ‘1987’은 작은 분량이었는데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는데, ‘골든슬럼버’는 오히려 내가 주연인 작품이어서 우는 게 왠지 창피하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골든슬럼버’는 강동원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고 또 달리면서 ‘원맨쇼 아닌 원맨쇼’를 펼친다. 광화문 한복판, 하수도, 미로 같은 골목 등 시종일관 그의 도주극으로 영화가 이어진다. “확실히 지금까지 작품 중 제일 많이 뛰었다. 현장에 가면 또 뛰고 그랬다. 하수도 안에서는 뛸 때 물이 막 튀어서 그 점이 힘들었다. 죽은 쥐도 떠내려 오더라. 광화문신을 찍을 때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시간이었는데 한쪽 차선 일부만 막아놓고 촬영했다. 일요일 아침 5~6시부터 4시간만 찍었다. 청와대를 보면서 촬영하니 뭔가 신기하기는 하더라.”
도주극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갈등까지 표현해야 했던 그에게 부담감이 따르지 않았는지 묻자 “사실 부담감은 별로 없었다. 연기자가 영화 찍을 때 내가 끌고 가고 안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무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산을 한 번 보고 나무를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똑같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 틀려지는 건 아니니까 그런 것 같다. 다만 좀 더 계산을 많이 하게 되기는 하더라”고 대답했다.
‘골든슬럼버’에서는 강동원의 이색적인 변신을 볼 수 있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소시민 건우 역으로 과할 정도로 착해빠져 다소 지질하기도 한 강동원이 등장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 때도 지질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더 어리숙하고 순수하다. ‘두근두근’ 대수는 아버지로서 강인함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평범한 인물이다. 실제 나도 잘,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데뷔 때 좌우명이 ‘남한테 상처주고 살지 말자’였는데, 지금까지도 그 말을 생각하고 있다. 손해 좀 봐도 정의롭게 살려고 한다. 나도 한 번 정 줬던 사람들과는 멀어질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건우에게 공감이 많이 됐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건우가 암살 용의자로 내몰림과 동시에 그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친구들의 고군분투도 함께 그려진다. 금철(김성균), 동규(김대명), 선영(한효주)가 전하는 가슴 뜨거운 우정은 ‘골든슬럼버’에서 빠질 수 없는 메시지다. 실제 친구들과의 추억을 묻자 강동원은 “영화 촬영하며 대학교 때 밴드부 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는 방송반 친구들과 함께한 기억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때 가요 파트 DJ를 3년간 했다. 실제로 넥스트의 팬이어서 넥스트 노래를 엄청 많이 틀었다. 심지어 선배님 중에 텍스트 팬이 있으셔서 내가 넥스트 노래를 틀면 음료수를 주시곤 했다.(웃음)”
영화 전반을 장식하는 OST로 메인 테마인 폴 매카트니의 ‘골든슬럼버’와 고(故)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 등 당대의 노래가 흘러나와 향수를 자극한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골든슬럼버’ 곡은 영화 덕분에 알게 된 곡인데 되게 좋더라. 신해철 선배님 곡을 쓸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학창시절에도 심오한 음악을 좋아했다. 넥스트의 ‘디 오션’을 좋아했다. 신해철 선배님의 사모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넥스트를 좋아했다고 말하니 신해철 선배님도 살아계실 때 저를 되게 좋아해주셨다며 좋은 말을 많이 했다고 하셨다. ‘살아계실 때 뵀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이 들었다. ‘디 오션’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걸 어떻게 아냐고 하신 것도 기억난다”고 일화를 전했다.
노동석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정말 인간적이셨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항상 잘 맞았다. 이번에도 착한 사람들과 정말 잘 지냈다. 촬영 시작 전에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캐릭터에 녹여내고 싶어 하신 것 같다. 나도 내 얘기를 서슴없이 얘기했다”며 “감독님은 공감능력이 좋으셔서 모니터를 보거나 심지어 녹음하면서도 자주 우셨다. 나 또한 그런 면이 비슷했다”고 밝혔다.
극 초반 건우는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무열(윤계상)이 8년 만에 만나자며 접근하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만났다가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고 만다. 순박한 강동원과 배신을 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윤계상의 내면연기가 관객들을 순식간에 몰입케 만든다. 윤계상과 처음 호흡한 뒷이야기를 묻자 강동원은 “나도 그렇고 윤계상 선배님도 낯을 많이 가리셔서 서로 말이 잘 없었다. 대명이, 한효주 씨와는 촬영 전에 만나긴 했는데 윤계상 선배님과는 미리 만난 적 없이 바로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어색했다.(웃음) 다 같이 찍을 때는 그나마 (김)성균이와 대명이가 말주변이 좋아서 장난도 치고 그랬다”고 터놓았다.
“한 에피소드로, 효주 씨가 ‘저 지오디 너무 좋아했다. 1집 앨범에 노래 좋아했다’고 하니까 윤계상 선배님께서 3집 노래라고 하셨는데 그게 웃겼다. 다들 선배님과 더 촬영하기를 원했다. 촬영을 오래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 방송에서 봤을 때는 유머러스하셨는데 실제론 낯을 가리시더라. 어린 친구들한테 장난치기가 쑥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식물원에서 선보인 한효주와의 뽀뽀신은 20대 대학생들의 풋풋한 설렘을 전했다. 이에 대한 비하인드로는 “엄청 어색했다.(웃음) 효주씨를 몇 번 본 적이 없었던 상황이었고 한 번 다 같이 워크샵 가서 얘기 좀 나눠본 게 다였다. 그리고서 뽀뽀신을 찍었다”고 밝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