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에베레스트 높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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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영국인 지도측량사 두 명이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마을을 찾는다. ‘피농가루’라는 산의 높이를 재기 위해서다. 측량사들은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산이 아닌 언덕으로 판정한다. 980피트(299m)여서 산이 되기 위한 1,000피트에 20피트(6m)가 낮았던 것. 상심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흙을 쌓아 높이를 더 올리기로 작정한다.

흙을 짊어지고 나르는 남녀노소, 장대비에 흙이 쓸려 내려가는 안타까움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산으로 최종 판정받아 지도에 등장한다. 1995년 개봉한 휴 그랜트 주연의 영국 영화 ‘잉글리쉬맨’의 줄거리다. 이 영화처럼 산에 대한 인간의 애착은 남다르다. 특히 세계 최고봉이면 더 그럴 것이다. 185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최고봉은 네팔·인도 국경의 칸첸중가(8,586m)로 여겨졌다.


이를 뒤집은 사람은 영국 측량사인 앤드루 위. 그는 1849년 최초로 삼각측량을 이용해 히말라야산맥 ‘피크(Peak) 15’을 측정했다. 봉우리 이름도 ‘마운트 에베레스트’로 지은 걸 보면 애정이 남달랐던 것 같다. 결과는 3년 뒤인 1852년에 나왔는데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봉(8,840m)임이 확인됐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높이(8,848m)가 공인된 때는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50년대. 인도 측량가들이 1952~1955년 측정한 수치를 네팔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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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측량기술이 발전하면서 이탈리아(8,846m)·미국(8,850m)·중국(8,844m) 등에서 공인 기록과 다른 다양한 수치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에베레스트 북측을 공유하고 있는 중국이 목소리를 키우며 네팔과 티격태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해수면부터 산꼭대기 바위를 덮은 눈까지 재는 게 옳다”는 네팔의 주장에 중국은 “산꼭대기 바위까지만 재야 한다”며 대립하고 있다.

급기야 네팔 정부가 25만달러나 들여 높이를 다시 재기로 했다니 국가 자존심까지 걸린 문제로 인식한 모양이다. 2015년 발생한 네팔 대지진, 지구온난화 등으로 낮아졌다는 관측과 오히려 높아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니 재측정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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