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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철거민-도시개발 대결 구도 통해 인간 對 제도 싸움 보여주고 싶었죠"

[영화 '염력' 연상호 감독]

부산행이후 할리우드 제의있지만

아직 미국영화 제작은 생각 안해

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권욱기자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권욱기자


천만 영화를 만든 국내 감독은 김한민(‘명량’), 윤제균(‘국제시장’), 김용화(‘신과 함께 - 죄와 벌’) 등 12명 정도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이던 연상호(사진) 감독은 첫 실사 영화 ‘부산행(2016년)’으로 단번에 천만 감독에 이름을 올리며 영화계가 주목하는 가장 ‘핫한’ 감독이 됐다. 한국영화에서는 실험적인 소재인 좀비를 택한 데다 현실을 판타지에 녹이는 솜씨가 탁월해 그의 앞으로의 작품 행보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존재하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맛’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연 감독은 이번에 역시 초능력을 소재로 한 ‘염력’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염력’은 어느 날 운석이 떨어진 약수를 마신 후 염력을 얻게 된 아빠 석헌(류승룡)이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 루미(심은경)과 재회하면서 시작하는데, 장사를 하던 곳에서 철거될 위기에 처한 딸과 이웃들을 석헌이 염력을 통해 구해낸다는 게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경제가 연 감독을 만났다.

연 감독에게 철거당한 이들과 그렇게까지 커다란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과한 벌을 받는 석헌 등의 결말에서 패배주의가 느껴져서 허무했다고 하자 “영화를 보면 용산 참사를 떠오른다고 하지만 이런 종류의 철거민 사건은 꽤 많은 편이며, 철거민이 진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졌다고 해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이어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졌어도 싸웠다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졌다고 해도 그 이후에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영화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들에서 시니컬하지만 희망이 베이스로 깔린 듯한 느낌이 나는 이유가 이 대답을 통해 확인이 됐다.

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권욱기자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권욱기자


전작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댐 건설로 수몰이 예정된 지역이 배경이었고, ‘염력’은 철거민 이야기를 다뤘다. 개발의 논리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한 것일까? 이에 대해 연 감독은 공간이 주는 ‘우화 효과’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지금까지의 작품은 수몰지역, 서울역, 기차 등이 주요 공간이었다. ‘염력’은 인간적인 초인과 비인간이자 무생물인 제도, 체계, 시스템의 싸움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주식시장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고 철거촌과 도시개발이 주는 구도가 영화에서 설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석헌이 염력을 이용해 코브라 쇼를 하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내며, 위험에 처한 딸과 철거민을 구하는 석헌은 모습은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루미의 치킨집에서 맥주잔을 띄우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금 더 환상적이고 반짝반짝하게 만들었더라면 했다는 아쉬움을 전하자 그는 “소박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산행’ 때도 수안이 노래를 부르는 소박한 엔딩을 원했다”며 “이런 이야기이면 이야기일수록 극적이고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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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판타지는 모순관계처럼 보이지만 연 감독에는 현실과 판타지는 한 몸과 다름이 없다. 현실과 판타지 중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이냐고 묻자 곧바로 “현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판타지라고 해도 현실에서 벗어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판타지는 우화의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솝 우화의 경우도 여우가 말을 하는 것은 판타지이지만 사실은 여우가 말을 하는 것이 신기하라고 만든 게 아니다”며 “보통사람이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화이고 판타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행’ 이후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수 차례 받은 그이지만 아직까지는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다. “다양한 나라에서 제안이 왔고 미국에서 시나리오를 몇 개 받긴 했다. 그런데 제작 시스템도 다른 데다 애니메이션도 했지만 영화를 하면서 ‘미국 영화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안 한 것 같다. 적당한 경멸과 존경을 받으며 그저 영화를 오래 하고 싶을 뿐이다.”

사진=권욱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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