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희귀우표

1515A23 만파


1856년 영국령 가이아나에 폭풍이 휘몰아쳐 본국으로부터 우표 공급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체국장은 고심 끝에 지역 인쇄업자를 통해 신문에 사용할 ‘1센트 마젠타’ 우표를 만들어 임시로 판매했다. 이 우표는 1873년 버넌 본이라는 스코틀랜드 소년이 삼촌의 편지에서 뜯어내다가 한쪽 귀퉁이가 찢어지자 다른 귀퉁이를 모두 잘라버려 팔각형 모양으로 바뀌었다. 바로 세상에서 단 한 장뿐인 우표 ‘영국령 기아나 1센트 마젠타’다.


우표는 다른 귀중품과 마찬가지로 오래되고 희귀할수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세상에 단 한 장만 존재한다면 금상첨화이고 만약 인쇄가 잘못된 우표라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표는 영국에서 1840년 5월1일에 발행한 ‘페니 블랙’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을 담은 검은색에 액면가 1페니짜리 최초의 우표이지만 발행량이 많아 몸값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반면 1855년 스웨덴에서 발행된 ‘트레스킬링 옐로’는 청색 바탕의 다른 우표와 달리 유일하게 노란색으로 만들어져 비공개 경매를 통해서만 은밀하게 거래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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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우표는 ‘거꾸로 된 제니’다. 1918년 항공배달 전용우표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전면 비행기 그림(커티스 JN-4 복엽비행기)의 상하를 뒤집어 인쇄했기 때문이다. 미국 우정국은 잘못 인쇄된 우표를 폐기 처분하려고 수년간 추적해왔지만 이미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 현재 6장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한다. 액면가 24센트짜리 우표의 가격은 수십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우표 수집광으로 알려진 채권왕 빌 그로스가 자신이 소장해왔던 희귀우표를 경매에 부친다는 소식이다. 1851년 발행된 ‘블루 하와이안 미셔너리’나 1869년에 나온 24센트짜리 우표 등이 거론되는데 낙찰가만 75만~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스는 얼마 전 4장짜리 ‘거꾸로 된 제니’를 297만달러에 사들여 벤저민 프랭클린의 얼굴을 담은 ‘Z 그릴’ 우표와 맞교환하기도 했다. 우표 투자수익률이 주식시장보다 낫다는 그로스를 보면 천재적인 투자가란 따로 분야를 가리지 않는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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