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GM 한국 철수설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 사태의 원인을 놓고 이해관계자들의 ‘네 탓’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GM은 높은 임금수준 등 한국GM의 고비용 구조 문제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면, 노조와 정치권 일부는 GM이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에 치중하는 등 경영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4일 한국GM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고, 지난해 역시 2016년과 비슷한 약 6.0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4년간 적자 규모가 최소 2조6.000억원, 많게는 3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GM이 설명하는 경영난의 핵심 요인은 ‘차는 안 팔리는데 임금 등 비용은 갈 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한국GM의 판매량에서 수출이 85%를 차지하며 절대적 비중을 가진다. GM의 대대적 글로벌 사업 재편이 진행되자 ‘수출 위주’ 한국GM은 직격탄을 맞았다. GM이 유럽,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여기에 완성차나 부품을 수출하던 한국GM이 공급처를 잃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2013년 말 단행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는 결정타가 됐다. 그 결과 2016년 CKD(반제품 조립)를 제외하고도 완성차 수출량(41만6.890대)이 전년보다 10%나 줄었다. 지난해 수출량(39만2.170대)도 다시 5.9% 감소하는 등 계속 수출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한국GM의 임금 수준은 꾸준히 올랐다. 2017년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총 인건비(2015년 기준)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000만원 이상 늘었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해를 넘겨 타결된 2017년도 임금협상도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50만원 수준에서 타결됐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9년 동안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4년을 제외하고는 파업도 반복됐다.
임금 상승에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국GM의 주장이다. 2013, 2014년에 걸친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소급분 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인정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2일 댄 암만 GM 사장이 “GM의 한국 내 장기 잔류 여부는 (한국) 정부가 기꺼이 자금이나 다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한국 노조가 노동 비용 절감에 동의해줄지에 달려있다”, “만약 우리가 (한국GM) 주주들과 함께 구조조정과 생존 가능한 비용구조 확보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신차에 대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한국GM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하지만 노조와 일부 정치권은 GM의 한국GM 경영 과정에 부실이나 부정이 있었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특히 이들은 본사 GM이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해왔다거나, 부품·제품 거래 과정에서 한국GM이 손해를 보고 이익을 본사나 해외 GM 계열사에 몰아줬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이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글로벌GM(GM홀딩스)로부터 수년간 2조4.000억원을 차입했는데, 이자율이 연 5%로 높아 해마다 1천억원이 넘는 과도한 이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한국GM이 2016년까지 4년간 GM관계사로부터 다양한 대여금을 받고 재무제표상 4.620억원의 이자를 지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GM은 결과적으로 5%대 관계사 차입 이자율(고정 연 5.3%)이 산업은행 우선주에 대한 배당률(최고 연 7%)보다 낮기 때문에 합리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한국GM이 산은 보유 우선주를 사들이기 위해 자금을 필요로 했던 만큼 이같은 기준이 타당하는 주장이다. 더구나 2014년 이후 재무상태 악화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권이 한국GM의 재무상태가 나쁘다며 대출에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GM 관계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한국GM의 매출 대비 원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2009년부터 90%대에 진입했고, 2015년 97%, 2016년 94%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매출의 65%를 수출하는 한국GM이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본사에 차량을 판매, 지나치게 원가율이 높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상적 이윤을 남겨 장사를 했더라면 이익을 낼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적자를 냈다는 주장이다.
한국GM은 이에 대해 “연구개발비 등을 회계상 보수적으로 처리하느냐 등의 차이에 따른 것일 뿐, 매출원가율이 왜 다른 회사처럼 80%대가 아니라 90%대인지는 회사의 본질적 상태(펀더멘탈)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국내 경쟁기업처럼 ‘자산’ 처리하면 90%대가 넘는 매출원가율이 80% 중반까지 낮아진다는 게 한국GM의 주장이다. GM이 해마다 업무지원 명목으로 한국GM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받는 것도 논란거리다.
그러나 한국GM은 본사가 글로벌 관계사들에 회계·세무·재무·내부감사·인사·정보통신·법무·제조·판매·마케팅·홍보 등 공통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경영업무를 지원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일반적 운영 형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노조 등은 한국GM이 GM의 유럽시장 철수로 수출 타격, 지분법 감소 등의 타격을 입은 만큼, 어쨌든 GM의 글로벌 시장 재편 과정에서 한국GM의 경영난이 가중된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율 17%) 산업은행에도 ‘한국GM이 이 지경이 될때까지 뭐하고 있었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산은은 이에 대해 “GM이 경영 정보를 잘 공유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군산공장 폐쇄결정 이후에서야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