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규제개혁을 전제로 한다. 역대 정권의 규제개혁 구호와 성과를 비교해보면 지금까지의 방법론 위주 규제개혁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규제개혁의 본질적 문제는 방법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역학관계에 있다. 규제의 역학관계는 △규제기관 △규제 이익단체 △피규제 국민이라는 세 그룹의 이해관계자로 구성된다. 진짜 규제개혁을 위해 이해관계자 분석으로부터 향후 대안을 제시해보자.
우선 규제의 주체인 공무원들의 이해관계를 살펴보자. 규제와 지원은 공무원 권력의 원천이다. 권력의지는 인간의 본성이다.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 차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인허가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에는 피규제기관 임원급들이 상시 대기했다. 점심을 같이 하는 것은 시혜다. 그러한 권력의 달콤함은 마약 같은 중독성을 가진다. 규제기관은 규제를 확대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원초적 동기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규제개혁의 올바른 방향이 도출될 것이다.
여기에 규제개혁의 저해요인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규제개혁 추진 공무원은 인사상 불이익이 초래된다. 모든 혁신이 그렇듯 규제개혁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KTX표 사전검사를 없애니 무임승차가 늘어났다는 식의 언론 과잉보도가 규제개혁을 저해한다. 언론에 규제개혁의 부작용이 보도되면 청와대·국회·총리실·국정원·감사원 등 상부 권력기관에서 각종 소명자료 요구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조직 내부에서는 문제 공무원으로 낙인 찍힌다. 결국 개인의 인사상 불이익이 초래된다. 평소 각 부처가 언론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그 결과 공무원사회의 규제개혁 대응책은 한마디로 ‘척’하는 쪽으로 전락하게 된다. 진짜 규제개혁은 달콤한 권력도 잃고 인사상 불이익도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규제의 비용/편익 분석이 잘 안 된다는 현 상황에서 공무원의 대응은 형식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말단 지엽적 규제로 규제의 양적 요건만 충족시키게 된다. 규제개혁이 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핵심원인은 공무원의 동기부여 부족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공무원의 이해관계와 일치돼야 한다. 우선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규제개혁 추진의 전제조건이 규제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객관적 잣대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실시간 규제평가 시스템 구축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규제 총량 개선에 따른 부처별 평가가 이뤄지면 공무원사회에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과도한 개혁 부작용 보도도 평판 시스템을 통해 개선돼야 할 것이다.
한편 규제로 보호되는 조직화된 공급자 이익단체들은 이익 수호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공인인증서 규제개혁 당시 이익집단들의 조직적 반발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여기에는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대학교수와 시민단체가 포함된다. 소수의 이익단체를 위해 대다수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가 버젓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화된 강력한 이익집단이다. 문제를 극복할 대안은 평판 시스템 구축이다. 공인인증서를 비롯한 핵심 규제개혁에 반대 논리를 폈던 부처·협단체·대학교수·연구기관 등의 당시 활동이 실명으로 기록돼 평판에 반영돼야 한다. 반복되는 투명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규제주체인 공무원과 규제의 이익집단이라는 양대세력을 넘어 국민을 위한 규제개혁의 추진동력이 필요하다. 그 힘은 바로 소비자인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원격의료·공유차량 등 한국의 각종 규제는 소비자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규제에 순응하는 국민들이 이제 뭉쳐야 한다. 그 전제조건은 2009년 통과시킨 공무원의 보복행위를 엄벌하는 비보복 원칙 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