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비전을 보여주는 CEO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스페이스X 로켓 '팔콘 헤비'처럼

한계 없는 도전 통해 비전 제시

틀 깨는 사고로 영감 불어넣어야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최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대형 로켓 ‘팔콘 헤비’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화제가 됐다. 팔콘 헤비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것은 머스크의 애마라고 불리는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로드스터’였다. 로드스터의 운전석에는 우주복을 입은 인간 모양의 인형 스타맨이 앉았다. 팔콘 헤비는 머스크가 계획하고 있는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머스크는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수십명의 사람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화성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개발된 초대형 로켓이 바로 팔콘 헤비다.

팔콘 헤비는 현재 작동 가능한 가장 강력한 로켓이 됐고 역대로 보아도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새턴V’ 로켓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발사는 테스트용이라 특별히 유용한 장비를 싣지 않았고 화성 이주 계획도 현실화시키기에는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에 탄 사람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장면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알파고로 바둑에서 이세돌을 꺾어 강력한 인상을 준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능가하는 알파고 제로와 범용 인공지능(AI) 알파 제로를 개발해 다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사람이 둔 바둑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와 달리 알파고 제로는 기보 데이터 없이 바둑 규칙만으로 학습해 알파고를 꺾었다. 알파 제로는 알파고 제로를 범용으로 만든 것으로 바둑뿐 아니라 체스와 일본 장기마저 불과 몇 시간 만에 기존의 AI 컴퓨터들을 앞질렀고 자신의 모태가 된 알파고 제로도 24시간 만에 따라잡았다. 최근 구글의 생명공학 계열사인 칼리코는 벌거숭이두더지쥐라는 동물이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인간의 노화와 수명 연장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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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모든 것에서 인간을 앞서는 AI가 나온다거나 인간의 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난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행보를 보면 뭔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구글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의 비전에 매료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구글에 입사하기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회사는 최고의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러시아 출신의 정보기술(IT) 벤처 투자자 유리 밀너는 초소형 우주선을 개발해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켄타우리로 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만 한 초소형 우주선을 빛을 반사하는 돛에 매달아 레이저로 가속해 광속의 5분의1 수준의 속도를 내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기술로는 5만년이 넘게 걸리는 알파 켄타우리에 20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 발표가 있은 지 몇 개월 후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알파 켄타우리 항성계에 있는 별 중 하나인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행성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초소형 우주선 계획이 성공한다면 이것은 최초로 태양계 밖 천체를 탐사하는 우주선이 될 뿐만 아니라 최초의 태양계 밖 생명체를 발견하는 우주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유명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참여하고 있다. 밀너가 이 계획에 기부한 금액은 1억달러다. 큰돈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몇 개 재단에 기부된 돈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엄청난 금액은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데 꼭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그 정도 금액을 무리 없이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마인드다. 엉뚱한 기부로 구치소에 들락거리기보다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CEO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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