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혹시 빙판에 부딪히는 거 아니야.”
이른바 ‘마의 9번 코스’를 질주하는 한국 대표팀 원윤종·서영우 선수 썰매의 1인칭 영상이 현장 중계화면에 뜨자 관중들도 불안감을 드러낸다. 코스의 회전 각도가 높아진 탓에 좌우로 흔들거리는 썰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마의 9번 코스를 빠져나온 썰매가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은 뒤에야 관중들도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고 “대한민국”을 외친다.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지난 19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3·4차 주행)의 현장 모습이다.
통신기술이 5세대(5G)로 접어들면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현장감을 크게 높인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들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SG 서비스가 대중화될 경우 실감나는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관중과 시청자가 직접 봅슬레이 썰매를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싱크뷰 서비스’는 KT(030200)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인 5G 이동통신 기술을 통해 처음 구현됐다. 썰매에 부착한 초소형 카메라(부착 장비 포함 총 500g)로 촬영된 고화질 영상이 기존 4G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5G 통신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싱크뷰는 KT가 2014년부터 4년 동안 준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기획하는 데 1년이 걸렸으며 이후 썰매에 장착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개발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경기장에서도 고화질 영상을 빠르게 전송하도록 돕는 5G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김형준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장(전무)은 “카메라를 달려면 최대 2억5,000만원 가량의 봅슬레이 썰매 전면에 구멍을 뚫어야 해 달가워하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한 덕분에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자사의 5G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1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보다도 평창올림픽준비에 더 많은 역량을 쏟았다. 그 결과 평창올림픽에서 공식 종목 15개 중 8개에 싱크뷰 등 5G 기술을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 KT는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스켈레톤 등 다른 경기에도 싱크뷰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실감형 서비스는 스포츠뿐 아니라 레저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KT는 5G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미디어 테마파크’ 사업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유통업체인 GS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다음달 초 서울 신촌에 1호 테마파크를 내고 오는 2020년까지 이 분야에서 매장 200개 출점과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테마파크에서는 유명 1인칭 슈팅 게임(FPS) ‘스페셜포스’를 VR 형태로 만든 ‘스페셜 포스 VR: 유니버설 워’ 등 50여개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국내 실감형 미디어 시장은 현재 2,000억원에서 2년 뒤에는 1조원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은 “VR·AR 서비스를 일반 고객도 직접 쉽게 즐길 수 있는 5G 시대 ‘킬러 콘텐츠’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