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한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두고 수출부진·강성노조·경영부실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주력산업이 과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다. 이 문제를 깊이 성찰해보고 대책을 강구해야 그나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백가쟁명식 싸움만 하다가는 주력산업 붕괴로 한국 경제는 급격한 침몰을 면치 못할 수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해운·석유화학이다. 조선은 그동안 세계 1위였으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소 조선사는 말할 것도 없고 빅3 조선사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원 없이는 연명도 힘들 정도로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해운산업은 한진해운의 부도로 사실상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 철강산업은 중국의 막대한 투자로 세계적인 과잉공급이 빚어져 몸살을 앓는 가운데 중국의 공세와 미국의 보호무역 협공을 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열연·냉연강판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고 올해 1월에는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서까지 제출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합섬원료 등 중국의 자급률 증가로 공급과잉에 직면하는 등 전도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양대 주력산업이 자동차와 반도체인데 드디어 자동차에서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가 터졌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평균 임금이 지난 2016년 기준 9,213만원으로 1인당 소득이 4만·5만달러대인 독일·미국보다 많은 반면 한 대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6.8시간으로 GM(23.4시간), 포드(21.3시간)보다 길어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이는 결국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연결돼 2015년만 해도 세계 5위였던 자동차 생산대수가 인도에는 이미 밀렸고 멕시코에도 뒤처져 세계 7위로 추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임금 인상 문제 등으로 매년 파업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GM 군산공장의 경우 수출물량이 줄면서 지난 3년간 가동률이 20%여서 월평균 6~10일 정도만 가동됐는데 가동되지 않은 날에도 임금의 80%를 지급해왔다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모바일폰 고급사양 교체기와 맞물려 49.5%나 수출이 증가한 반도체의 외끌이로 3.1%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가고 중국의 반도체굴기 정책으로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자동차·철강·조선·해운·석유화학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정책으로 이뤄졌고 반도체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그 후 이렇다 할 만한 주력산업이 육성되지 않고 그 힘으로 버텨온 것이 어찌 보면 기적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전산업 월평균 임금이 1970년대에는 4만원, 1980년대에는 23만원이었다. 지금은 360만원 정도다. 고기술·고부가가치화하거나 신성장산업을 육성하지 않고는 후발국들과 경쟁력이 유지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강성노조 등으로 생산성은 낮으니 수출은 줄어들고 설상가상 법인세 인상, 규제증가 등 반대기업 정책만 겹겹이 추진되니 국내에서 기업 한다는 것이 기적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5년부터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2015년 414억달러, 2016년 492억달러, 2017년 490억달러로 드디어 연간 400억달러를 넘어 500억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연간 50조원씩 해외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이 친노동· 반대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기본법, 규제프리존법, 금산분리 등은 친대기업 정책이라고 외면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임금만 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고임금을 주고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주력산업의 첨단 고기술화, 신성장 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 없이는 산업이 붕괴되고 일자리는 날아간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