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10만3,000여 가구 사정권…상계·방이·목동 직격탄

[서울 재건축 사실상 불가]

구조안전성 비중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여

‘조건부 재건축’ 때도 적정성 검토 받아야

21일 개정안 입법예고…이르면 내달말 시행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따라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초기 단지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만도 10만3,000여가구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전진단 강화는 오는 3월 말~4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으나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아파트는 총 10만3,822가구다. 안전진단 강화 시행까지 시간이 얼마 없어 이들 단지에는 강화된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재건축 절차는 주민 10% 이상이 찬성해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해당 지자체가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여부를 결정하면 다시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해 안전진단을 의뢰한다. 아직 현지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단지들이 한 달 안에 안전진단을 의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양천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목동신시가지 단지가 밀집된 양천구에서 재건축 연한이 다가왔으나 안전진단이 진행되지 않은 단지는 2만4,358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박진수 한국토지신탁 도시재생사업본부장은 “목동 같은 경우는 이제 갓 30년을 넘긴 단지들이 많다”며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높인 것은 사실상 이제 막 30년을 넘긴 단지에 대한 재건축사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천구 다음으로는 상계동 대단지가 있는 노원구(8,761가구), 강동구(8,458가구) 순으로 많은 아파트가 이번 규제 대상에 들 것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발 주택시장 과열의 진앙지로 지목되는 강남3구 중에서는 송파구(8,263가구)가 가장 많은데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문정동 올림픽훼미리타운 등 대단지 때문이다. 이밖에 강남구(7,069가구), 서초구(2,235가구)를 포함하면 서울 전체의 5분의1에 해당하는 1만7,567가구가 몰려 있다.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높인 부분이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는 본래 낡아서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아파트에 한해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해 도입 당시인 2003년에는 구조안전성 비중이 45%로 가장 높았으며 2006년에는 50%까지 커졌다. 하지만 2009년 40%로 낮아졌으며 2015년에는 20%까지 내려갔다. 대신 주거환경 가중치가 2003년 10%에서 2015년 40%까지 높아지면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주거환경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중점을 두고 재건축이 추진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자산가치 상승을 위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안전진단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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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재건축단지에 대해서도 적정성 검토가 의무화되는 점이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시장·군수 등 지자체장이 주택시장과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아파트의 90% 이상이 사실상 바로 재건축사업을 진행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했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조건부 재건축아파트에도 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에 대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안전진단의 첫 관문인 현지조사 단계에도 공공기관에 타당성을 의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박 본부장은 “정부가 안전진단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검증을 추가하는 것은 재건축사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맹신균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재건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며 “안전진단 이전에는 사업자들도 자비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준비해야 하는데 안전진단 자체가 까다로워지면 재건축사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예외조항도 마련했다. 포항 지진 발생 등을 감안해 이미 안전상 문제가 확인된 건축물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1988년에 도입된 내진 기준이 미반영된 건축물도 구조안전성 점수가 낮을 경우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을 반영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 입법·행정예고할 예정이며 개정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이르면 다음달 말에는 시행할 방침이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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