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대출을 받은 뒤 “해외유학을 갔다 와서 갚겠다”며 출국한 뒤 그대로 외국에 눌러앉아 대출금을 갚지 않은 이들이 800명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상환하지 않은 대출금만 7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라 국민 혈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6월 한국장학재단 종합감사에서 이 같은 부실상환 행태를 적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은 A씨는 “2014년 8월까지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출국했지만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귀국하지 않은 채 대출금 상환을 피하고 있다. A씨처럼 유학을 핑계로 해외에 나간 뒤 대출금을 갚지 않고 있는 이들은 올해 1월 현재 총 892명으로 대출금 잔액만 69억원에 이른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은 학자금 전액과 연 300만원 한도의 생활비를 대출해주고 졸업 후 취업해 소득이 발생하면 상환하는 제도다. 졸업 후 바로 갚아야 하는 학자금대출과 달리 취업 이후부터 갚아도 된다는 점을 일부 유학생들이 악용하는 셈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따르면 학자금대출을 받은 채무자는 해외유학 시 출국 40일 전까지 유학계획과 원리금 상환계획을 한국장학재단에 신고하고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 이후 유학계획기간 종료일부터 1년이 지나도 귀국하지 않으면 채무자는 즉시 대출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채무자를 관리해야 할 한국장학재단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감사 지적을 받고 뒤늦게 조치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감사 시정조치로 지난달 26일 유학계획기간 1년 경과자에 대해 ‘전액 상환통지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채무자들이 외국에서 ‘버티기’를 계속하면 사실상 대출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채무자의 ‘꼼수’와 당국의 부실관리 속에 청년들의 미래자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해 정부 출연금으로 4조1,967억여원을 지원받았다.
한국장학재단은 또 유학계획기간 종료일 1년이 지난 뒤 귀국했지만 여전히 대출금을 갚고 있지 않은 126명(대출잔액 10억2,500만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일반 채무자’로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대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제도’는 여론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채무불이행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도입 초기부터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고 해외로 출국하면 출국금지를 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했지만 헌법상 ‘주거이전의 자유’ 조항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한발 물러났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일부 해외유학생들의 채무로 교육부의 시정조치가 있었다”며 “해외유학 시 보증인을 내세우도록 하는 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보완하고 채무자 전체에 대해 해외유학 시 의무에 대한 설명안내서를 발송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