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부담금 예상액 발표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까지 정부의 융단폭격식 부동산 규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거래 실종’ 수준으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송파구 등의 대표 재건축단지들은 매도호가가 5,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내렸지만 매수세는 뚝 끊기다시피 했다.
21일 현지 부동산중개 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매도호가가 15억~15억5,000만원선으로 내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15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지난달에는 16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전용 84㎡도 1월 17억2,000만~18억원까지 실거래됐지만 현재 17억~17억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전용 76㎡의 경우 지난달 19억원까지 호가가 치고 올라갔으나 설을 전후해 18억원선까지 1억원가량 하락했다. 신천동 장미 전용 82㎡의 경우 15억원에도 매물을 구하기 힘들었으나 현재는 14억원짜리 매물을 찾을 수 있다. 대치 한보미도는 84㎡형이 20억원에 실거래된 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매물이 평형대별로 1~2개 정도에 불과한 것은 마찬가지”라면서도 “그전에는 거래가 되면 집주인들이 다시 호가를 높여서 내놓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더 안 올리는 분위기인데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이 재건축 시장이 한풀 꺾인 분수령은 지난 1월 말께 발표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부담금 예상액이었다. 이후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전 관리처분신청 단지들도 ‘정밀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안심했던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개포주공 1단지 등도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게다가 세무조사 연장 방침에 그동안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겹치며 매수세가 움츠러들었다.
김성규 대림공인(송파구 잠실동) 대표는 “추가이익 부담금 등이 현실로 다가오자 대기매수자들도 기다려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매수세 위축에는 세무조사 영향도 크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개포동 B공인 대표는 “연일 강남 부동산 구매자에 대한 세무조사 기사가 언론에 나오면서 매수자들이 겁을 내고 있다”며 “매도자의 호가만 붕 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강남 신축 아파트도 갈수록 높아지는 매도 호가에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는 ‘계단식 상승’을 멈추고 보합세다. 래미안대치팰리스 84㎡형은 21억~22억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고층은 23억8,000만원까지도 나와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내놓고 있지만 예전 같은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시세를 주도했던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역시 소폭 호가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김효미 토마토공인 대표는 “가격대도 큰 변동이 없고 설 지나고 조용하다. 손님들이 신중해졌다”며 “전세 가격이 최대 1억원까지 빠지면서 갭투자 부담이 커졌고 아무래도 재건축 시장 약세의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 둔화가 지속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 8·2대책 발표 직후에도 가격 조정이 한 차례 일어났으나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수세가 붙으면 가격이 상승세가 가파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최근 상승세가 한풀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설 전후로 강남권 재건축 및 일반 아파트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맞지만 이 같은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안전진단 강화 등의 규제책을 매도·매수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박춘석 개포동 우성공인대표는 “매도자들도 호가를 더 낮출지 분위기를 보고 있다”며 “당분간은 거래 중단 상태가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