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장기 호황이 이어져 저가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포춘이 초대한 시장 전문가 패널들은 기술주에서 수익을 올릴 기회를 계속 모색하고 있다.
모든 파티에는 늘 끝이 있다. 지난해 투자자들은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렸던 주식시장에서 계속 수익을 올렸지만, 늘 그 생각을 떠올리며 초초해 했다. 긍정적인 경제 트렌드와 혁신적인 기술 변화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 말로 좀 더 깐깐하게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야 할 순간 아닐까? 2018년을 맞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포춘은 투자 전문가들을 연례 토론회에 초청했다.
올해 패널에는 티. 로 프라이스 T. Rowe Price의 주식 및 멀티애셋 최고투자책임자이자 450억 달러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데이비드 지루 David Giroux, 에포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Epoch Investment Partners(490억 달러 운용) 전무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 케라 밴 발렌 Kera Van Valen, 글로벌 벤처캐피털 기업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Bessemer Venture Partners(45억 달러 운용)의 파트너 바이런 디터 Byron Deeter, 프레드 앨저 Fred Alger 자산운용(190억 달러 운용)의 CEO 겸 최고투자책임자 댄 청 Dan Chung, 뱅크 오브 아메리카-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 BOA-Merrill Lynch Global Research(총 2조 7,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관리 고객 보유)의 미국 주식/계량분석전략 책임자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Savita Subramanian이 참여했다. 다음은 패널들의 논의 내용을 발췌·편집한 내용이다.
포춘: 주식 시장이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강세를 보였던 점에 대해 묻고 싶다. 강세장이 거의 9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일부 카산드라 Cassandra *역주: 사람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서 불길한 일을 예언하는 사람 유형의 사람들은 시장이 고평가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18년엔 미국 주식 시장에서 둔화가 나타나거나,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만약 주식 시장이 2018년 7월까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기술적 정의상 공식적으로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에 접어들게 된다. 지금 주식을 매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1999년을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밸류에이션이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하나의 섹터가 S&P 500 수익의 대부분을 주도했다. 당시에도 주식을 매수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1999년은 호황 장 중 최고 해로 기록됐다.
또한 올해 가치평가 모델이 시장에서 아주 형편없는 타이밍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향후 12개월을 예측하면, 주가수익비율(PER)로 설명되는 수익 규모는 기본적으로 0에 가깝다.
포춘: 당신은 1999년을 예로 들었다. 2017년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시장 중 하나는 또 다시 기술 분야였다. 그런데 댄, 당신은 기술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댄 청: 각 섹터의 지난 20년간 주가 수익률 중간 값을 살펴보면, 최근 상승세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기술 및 헬스케어 주식들은 기본적으로 주가 수익률 중간 값에 거래되고 있다.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섹터들은 사실 소재, 유틸리티, 기본 식료품, 산업재다. 이 부문들은 중간 값 대비 14~20% 프리미엄이 이뤄진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 기준으로 보면, 기술 및 헬스케어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아직 합리적인 수준이다.
바이런 디터: 우리는 지난해 IT 섹터의 근본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몇 가지 주요 이정표를 목격했다.
지난 7월 기준 시가총액이 가장 큰 5대 기업들(애플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모두 벤처캐피탈의 자금 지원을 받는 테크 기업들이었다. 6위도 마찬가지로 벤처 기반의 중국 알리바바였다. 이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사업 실적을 앞세워 버크셔 Berkshire와 JP모건 JPMorgan, 엑손 Exxon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향후 트렌드(이동성, 기계학습, 클라우드 컴퓨팅)를 고려하면, 경제의 상당 부분에서 점점 성숙해지며 순풍을 타고 있는 이런 수 많은 흐름들이 상승 추세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케라 밴 발렌: 우리는 양적 완화가 모멘텀을 제공한 시장에서 출발해 이젠 실제 펀더멘털(이익증가, 현금 유동성 증가)이 시장을 이끄는 상황으로 이동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시장 조정을 예상하진 않고 있다.
포춘: 데이비드, 밸류에이션이 우려되는 특정 자산 부문이 있나?
데이비드 지루: 어느 곳을 살펴보든, 전 세계적으로 가치 평가는 높고 신용 스프레드 *역주: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 는 타이트한 편이다. 국채 금리 역시 낮기 때문에 실제 가치가 좋은 편은 아니다.
명목상 해외 주식 가격은 미국 주가보다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들어가서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을 살펴보면, 유럽 주가와 미국 주가 가치는 다소 비슷하게 평가되어 있다.
우리가 상당히 선호하는 분야로는 비 제약 보건을 꼽을 수 있다. 이 부문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시장보다 1.5~2배 정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퍼킨엘머 PerkinElmer나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 Thermo Fisher Scientific 같은 생명과학 기구 회사들이다. 이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크다. 그리고 중국의 성장률을 이끄는 분야는 보건, 식품 안전, 수질이다. 생명과학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인 셈이다.
포춘: 그 분야는 기술 부문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 그렇다. 예컨대 제약과 바이오테크 부문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인간 게놈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이 몇 년 전 이뤄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후 분석 기법이 점점 더 빠르고 저렴하게 발전하고 있다. 신약이 등장할 수 있는 연구 기반도 다져졌다. 면역 항암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암의 종양들은 기본적으로 다 똑같지 않다. 유전적 차이로 인해 어떤 암은 약에 반응하고, 어떤 암은 약에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암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한 버텍스 Vertex는 이 끔찍한 질병 치료에서 꽤 놀라운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장비 분야에선 일루미나 Illumina를 추천한다. 이 회사는 유전자 배열 해독 기업들 중 하나로, 임상 연구 목적으로 특정 유전자 코드와 배열을 분석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와 자동화가 이끄는 발전도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 Intuitive Surgical 같은 훌륭한 기업이 자동화 소프트웨어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수술 현장에서 통제 수준을 높이고 건강한 세포나 신경에 피해를 덜 주면서 침습성 정도를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
포춘: 세제 개혁에 대해 논의해보자. 지금 우리는 전 세계에 상품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들에 관해 얘기하는 중이다. 알다시피 이 기업들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보관하고 있다. 세금 개혁안이 통과돼 해당 현금의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돌아온다면, 그 부분이 주주들의 이익에도 흘러가게 되는 것인가?
밴 발렌: 일회성 현금 흐름 변동이나 세제 개혁 자체가 자본 투자를 증가시킬 가능성은 적다. 최근 몇 년 사이 펀드에 대한 접근성이 꽤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회성 사건 때문에 자본 투자가 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주식 환매를 통해 더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만약 세제 개혁과 세금 감면의 영구적 수위가 정해진다면, 기업들이 따로 자본배당 정책을 바꿀 필요 없이 배당금을 늘릴 수 있다. 그것이 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터: 실제로 세금 정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이민 정책이 좀 더 걱정된다. 통계를 보면, 시가 총액 10억 달러 이상 기술부문 기업 중 51%는 최소 한 명의 이민자에 의해 설립됐다. 만약 이런 상황을 통제하면, 다시 말해 이민을 제한하기 시작하면, 혁신 경제에 재앙과 같은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수브라마니안: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술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도 H-1B 비자 *역주: 고숙련 전문직에게만 허용되는 취업비자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따라서 기술업계에겐 큰 리스크다.
포춘: 그 리스크가 현실화 되면, 미국이 손실을 보는 만큼 누가 이득을 보게 되나?
수브라마니안: 주식에선 국내 투자가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인 근로자를 주로 고용하는 미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인플레이션, 잠재적으론 스태그플레이션 *역주: 경제가 불황인데도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성장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청: 중국이 아주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미국만큼이나 강력하다. 중국은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실크 로드 정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이 정말 세계화 및 이민 부문에서 뒤로 물러난다면, 중국이 이런 모든 프로젝트에서 인재와 자본의 주요 원천이 될 것이다.
서구나 심지어 유럽 표준을 훨씬 뛰어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춘 텐센트 Tencent 같은 기업들을 지목하고 싶다.
지루: 나는 작년 한해 워싱턴 D.C.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세제 개혁은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시장에 분명 긍정적일 것이다. 현재 평균 법인세율이 약 27%에 달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이 20%로 떨어지면, 시장 이익은 7~9% 증가할 수 있다. 국내 기업과 금융 회사, 자유 소비재 기업들이 아마도 큰 혜택을 볼 것이다.
법인세율이 34%나 되는 화이자 Pfizer의 경우, 세제 개혁이 단행되면 주당 이익이 1달러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세율이 34%인 닥터 페퍼 스내플 Dr Pepper Snapple그룹은 현재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세제 개혁 시 이 기업의 수익은 15% 상승이 가능하다. 세금 감면의 효과가 적절히 반영되지 않은 채, 가치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고세율 기업들이 많다.
포춘: 역사적으로 대규모 감세는 중소기업에 더 혜택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브라마니안: 사실이다.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들은 훨씬 더 효율적인 세율을 적용 받는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세금 감면을 통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스몰캡 기업들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 기업들이 세제 혜택의 효과를 실제로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낮은 세율로 인해 특정 부문 또는 시장 전반에 뜻밖의 이익이 생겼을 경우, 그 이익 중 상당수는 실제 경쟁을 거치면서 사라지게 된다.
예컨대 당신이 저부가 산업에 종사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을 비롯해 모든 경쟁업체들이 낮은 세율로 인해 뜻밖의 이익을 얻었다면, 아마 당신은 가격을 낮춰 고객들과 그 이익을 공유할 것이다. 실제 남는 이익은 자연적인 경쟁의 힘에 의해 차츰 사라지게 된다.
포춘: 세제 개혁 덕분에 2018년이 대형 기업공개(IPO)의 해가 될 수 있을까?
디터: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현재 시장 흐름은 굉장히 기이해 “유니콘들의 정체 현상”이라고 부를 만하다. 높은 가치를 지닌 많은 기업들이 전례 없이 기업공개를 미루고 있다.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비상장 기술회사의 평가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선 건 8년 전이 처음이었다. 이런 기업들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0개가 넘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 있다.
수 년 전 상장을 해도 됐을 법한 훌륭한 기업들이 시장에 많이 포진해 있다. 현재 이들은 기업공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중에는 총 수백억 달러 규모의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부터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수 십 곳의 업무용 클라우드 기업들까지 포함돼 있다.
시장이 계속 유지될 경우 2018년 초 기업공개를 하려는 회사 몇 곳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1분기 후반이나 2분기 초반까지 기다리고 있다. 감사 받은 2017년 전체 재무제표를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저 필요한 건 예측가능성, 낮은 변동성, 그리고 적극적인 매수 투자자들이다.
포춘: 올해 변화를 가져올 만한 신기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들에서 나타날까?
디터: 향후 몇 년 안에 자동차는 세 가지 큰 트렌드에 의해 완전히 탈바꿈 할 것이다. 전기 자동차, 주문형 자동차, 그리고 곧 현실화 할 자율주행 기술이다. 오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운전 면허증을 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자동차 운전은 지금의 승마처럼 일종의 취미 활동이 될 것이다. 인간이 하는 자동차 운전은 비이성적이고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춘: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청: 그렇지 못할 것이다. 후발 주자인 그들이 일정 정도 역할을 하긴 하겠지만, 시장은 분명 테슬라와 구글 (그리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우버가 이끌 것이다.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서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예컨대 GM이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가정해보자. GM이 다른 업체로부터 자동화 운전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오고, 외부에서 더 나은 전장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자동차가 가진 가치는 GM이 아닌 기술업계 리더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디터: 한가지 보태자면, 자율주행과 전기 자동차 기술을 융합하기 위해 현재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10여 개 자동차 기업들이 있다. 나는 GM, 포드, 다임러에게 일정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들은 인수욕구가 강할 뿐만 아니라 내부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포춘: 인플레이션에 대해 얘기해보자. 연준이 계속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약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임금 인상도 있었다. 이런 상황은 당신의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밴 발렌: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해 이야기를 해왔다. 그래서 실제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 진입했다는 것에 다소 안심이 된다.
유틸리티처럼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분야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된 후, 유틸리티 부문은 S&P 500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귀하가 단순한 고수익 기업이 아닌, 현금 유동성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고 현금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이 뒷받침된 유틸리티 기업에 집중했다면, 아마도 금리 인상은 그것이 경제 개선을 반영하고 있는 한, 실제로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유틸리티 분야도 기술의 혜택을 보고 있다. 스마트 미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게 있으면 태풍이 닥쳤을 때, 직접 태풍을 측정하는 사람들을 많이 고용할 필요가 없다. 현장으로 차를 몰고 나가, 태풍 때문에 나무가 덮쳐 송전선이 쓰러진 위치를 찾아낼 필요가 없다. 스마트 미터가 즉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피엘 PPL은 현재 스마트 미터 교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력망 현대화를 통해 회복력 높은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요금 산정기준과 영업이익, 현금 유동성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배당금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브라마니안: 연준이 그 동안 많은 돈을 찍어냈는데, 그렇게 하면 보통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미국에서 감지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경향은 육체노동 집약적인 일자리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산업·운송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육체노동자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 이유는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아편류 중독자들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가용 노동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감률도 높아졌다. 그 밖에도 남성 육체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비디오 게임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노동력 부족현상이 실제로 주변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주택건설 업체들은 다른 일로 옮겨간 노동자들을 다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이제 막 퍼지고 있다. 일부 압박을 받는 산업부문에서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해당 산업들이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될지, 혹은 경제가 튼튼해져서 소비자들이 비용 증가를 상쇄하는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지 여부이다.
포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소매업외에도 아마존이 경쟁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아마존 효과 *역주: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모든 기업과 산업을 대체하는 현상 에 대해 정말 논하고 싶었다.
지루: 맷, 아마존 효과는 정말로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일을 19년 동안 하고 있다. 지금처럼 많은 부문에서 파괴적 현상이 나타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자율 주행차 자체와 자율 주행차가 GM과 포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관해 약간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면 셰일 오일에 대해 생각해보자. 셰일 오일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에너지 부국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블록체인이 향후 송금이나 부동산 권원보험 *역주: 부동산 취득 후 생길 수 있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부동산 등기제도가 없는 미국에선 일반화되어 있다에 파괴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분야 거의 모든 섹터에서 일정 정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부문에서,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청: 시장에 분명히 나타난 트렌드가 있다. 소비자 영역에 속한 기업들은 아마존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적어도 그런 위험이 적어야 더 좋은 실적을 올린다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 회사들이 좋은 사례다.게임 산업에는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Take-Two Interactive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Activision Blizzard 같은 주요 프랜차이즈가 있다. 이들은 아마존이 갖지 못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라이브 네이션 Live Nation이다. 이 기업은 티켓마스터 Ticketmaster를 소유하고 있다. 행사장과 음악 페스티벌도 함께 보유하고 있어,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독보적인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아마존이 해낼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홀푸드 Whole Foods는 전혀 상반되는 사례다, 그렇지 않은가? 아마존은 전통적인 소매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밴 발렌: 바로 이런 점에서 개별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 해야 한다. 캠벨 수프 Campbell’s Soup 같은 공급업체들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전 세계 코스트코 Costcos와 샘스 Sams 같은 창고형 매장들 때문에 혁신을 꾀했다. 아무 대책 없이 그저 수프 6캔에 플라스틱 포장을 두르고 더 싸게 팔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하면 마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캠벨 같은 기업들은 머리를 맞대고 새 환경에서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포장을 달리하고, 가격 책정 포인트를 고쳐 소매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그건 소매업계만 변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쇼핑 방식은 바뀌었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술을 받아들여 잘 적응한 기업 사례로는 맥도널드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매장 내 판매 단말기 같은 기술 솔루션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하면 고객들은 주문 및 결제 방식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맥도널드는 우버이츠 UberEats와 파트너십을 맺고 배달도 하기 시작했다.
포춘: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과 관련된 최신 뉴스들을 살펴보면, 과거 5~6년 전만 해도 유가를 급등시켰을 법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가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배럴당 55~65 달러 수준이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된 것인가?
지루: 유가는 5년 내에 지금 수준보다 현저하게 낮아질 것으로 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셰일 가스 부문에서 적시 생산체제(just-in-time)를 갖추고 있다. 유정을 새로 하나 파면, 석 달 안에 실제 석유 생산이 가능해진다. 그로 인해 혁신 압박을 받은 주요 산유국들이 비용을 낮춰 신규 연안 석유 생산비용을 배럴당 40~50 달러로 맞췄다. 과거에는 쏠쏠한 이익을 내려면 70~80 달러는 돼야 했다.
무인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논의를 해야 한다. 현재는 장기 ‘에너지 방정식’에서 수요 부문 또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공급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기 투자자라면 향후 5~10년은 에너지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청: 현재 천연가스 가격이 매우 낮은데, 한동안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미국 셰일 혁명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또 현재 전기 수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의 결합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줄 또 다른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 부문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디터: 배터리 기술 쪽에서 계속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은 사실 기가팩토리 Gigafactory와 연관되어 있다. 중국 경쟁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때문에 미국 벤처캐피털 산업은 태양 에너지 부문에서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장기간 무시하기엔 시장 규모가 너무나 크다.
포춘: 그렇다면 2018년 최대 리스크와 최대 기회는 어디 있다고 보나?
디터: 최대 리스크는 국제 정치 안정성과 우리가 얘기했던 세금 및 이민 정책과 관련한 지정학적 이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와 비즈니스의 펀더멘털은 꽤 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기술이 어떻게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게 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술 중에서 소프트웨어가 가장 큰 동인(動因)이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 소프트웨어의 미래이다. 그래서 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에 불균형적으로 집중해왔다. 클라우드 업체 트윌리오 Twilio는 2016년 기업공개를 했고, 센그리드 SendGrid는 최근 상장했다. 2018년은 이런 경향이 점점 가속화하는 본격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포춘: 사비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수브라마니안: 우리는 자본 비용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레버리지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시기에 와있다. 현금 수익이 거의 없던 40년 기간 중 막바지에 도달해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연준이 긴축에 들어가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만약 당신이 채권과 비슷한 대부분의 S&P 주식 중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한다면, 이런 상황이 다소 복잡할 수 있다. 규제를 받는 유틸리티 산업처럼 보통 침체기에 좋은 성적을 내는 시장이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 때문에 침체가 발생한다면, 좋은 실적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소비재 부문에선 인터넷과 카탈로그 소매업체가 승자가 될 것이다.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오프라인 소매 업체들 중 일부는 회복하지 못하고 더 침체할 수도 있다.
포춘: 댄,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청: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퀀트 전략으로 몰려드는 대규모 자금, 그리고 컴퓨터 거래가 주도하는 플래시 크래시 flash crash *역주: 주가나 채권금리가 급락하는 상황 가능성이 약간 걱정스럽다. 이런 현상이 꼭 장기간 지속되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가 크고 위협적일 수 있다. 알다시피 현재는 주식 종목보다 상장지수펀드가 더 많다. 그리고 기업들은 강력한 현금 흐름 덕분에, 사실상 자사 주식의 최대 매입자가 되어 있다. 그 결과 진정한 의미에서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이 지속되어왔다. 그래서 양적 지향의 모든 자금들이 하나의 흐름을 쫓아 우르르 몰려가는 경향이 나타날까 우려스럽다.
분명한 건 우리가 기술,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가장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돈은 있지만 노동력이 부족하다. 재능 있는 기술 인력들의 몸값은 아주 높다. 따라서 지금은 기업들이 이런 부문에 투자를 해서 효율성을 제고하고, 동시에 차세대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적기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가격 결정력이 많지 않은 저성장 기업들이다.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수많은 소비재 기업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회사들이지만, 밀레니얼 세대들이 관심을 갖는 브랜드나 상품은 갖고 있지 못하다. 이는 의류, 소매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분석이다. 당신 딸이 애용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아니라는 의미다.
포춘: 케라, 최대 리스크와 최대 기회는 어디 있다고 보나?
밴 발렌: 금리가 급등한다거나, 너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점을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좀 더 방어적인 분야들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기회를 엿본다면 기술이 새 영역이 될 것이다. 배당을 생각한다면, 기술 부문에서 직접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매출 성장과 수익성 측면에서 본다면, 기술은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더 높은 수준의 마진과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계속 더 많은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 더 높은 수준의 마진과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포춘: 데이비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루: 지난 5년 간 수익은 기본적으로 연평균 약 5%(복리) 상승했다. 만약 2018년 세제 개혁이 실행된다면, 법인세율에 따라 수익 성장률이 13~15%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수익 성장을 가속화하는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을 말하면, 3~5년 정도 사이클로 봤을 때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높게 책정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2018년 조정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현재 사이클 내에선 약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포춘: 참석해 줘서 감사하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MATT HEI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