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성추행 의혹' 남성배우 J씨 실명 공개 않은 이유는



지난 22일 유명 남성 배우 J씨를 향한 미투(Me too) 기사를 보도한 뒤 기자에게 문의 메일이 빗발쳤다. “왜 가해자 실명을 공개하지 않느냐” “피해자라고 해서 저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관련기사 ☞[단독]유명 남성배우 J씨도 성추행···‘미투’ 방송계·대학가 확산)


기자는 피해자 A씨를 만나 성추행 당시 시각·장소·언행 등 상세한 피해진술과 관련 증거들을 확보했다. 피해자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J씨의 옷차림까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기자에게 가해자 J씨의 실명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피해 상황만 종합해도 특정 가능한데다 실명이 나가면 J씨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자신과 알고 지내던 방송계 지인들이 “그 여자가 너였느냐”고 묻는 상황도 무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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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계속 나타났다. 기자는 연예인·교수·영화감독 등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4~5명과 접촉했지만 이들 가운데 보도를 원했던 사람은 A씨 1명뿐이었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인터뷰가 끝난 뒤 돌연 마음을 바꿔 기사화를 거부했다. 가해자·피해자 실명 없이 ‘반쪽짜리’ 미투로 끝내는 사례도 다반사였다. 가해자가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다 “여자애는 누구래?” 같은 질문을 받게 될까 두렵다고 했다.

어떤 이는 “피해자라면 당당히 나와서 말하라”며 진정성과 의도를 의심한다. 하지만 2차 피해를 막아줄 든든한 보호막은 피해자들에게 없다. 보도가 나간 뒤 J씨는 “기억이 전혀 안 난다”면서도 자신과 특히 친했다는 한 스태프를 거론하며 “이 사람이냐”고 물었다. 기자가 아니라고 하자 “그럼 누구냐. 피해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려달라”며 5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밤늦은 시간 휴대폰을 붙잡고 기자는 A씨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다. 피해자가 보도 후폭풍을 두려워 해 가해자 이름을 가명으로 써 달라고 부탁하는 일. 용기를 내 미투를 외친 수많은 이들이 겪는 현실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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