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井(우물)'안에 있던 성추문…'#'달고 세상 밖으로

'#MeToo' 해시태그로 연대

성폭행·희롱 등 폭로 잇따라

SNS타고 들불처럼 운동 확산





국내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로 시작됐다. 발화점은 한 조직의 폐쇄형 통신망이었지만 법조계를 넘어 문화계·연예계·대학 등으로 불길이 번지게 된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했다. 사실상 두 번째 미투 주역이 된 최영미 시인의 경우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에 기고한 시 ‘괴물’이 뒤늦게 SNS상에 공유되면서 목소리에 힘을 얻게 됐다. 이 시에서 시인은 원로시인 고은의 성추행 전력을 다뤘다.


지난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이 남성중심 사회의 부당한 시선들을 문제 삼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반면 최근 힘을 얻은 미투 운동은 두려움에 숨기고 있던 내 안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가깝다. 이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권력이 있든 없든 목소리에 동등한 힘을 갖게 하는 SNS의 특성과 맞아 떨어져 파급력이 커졌다.

관련기사



피해 폭로 후에도 SNS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가해자인 권력을 가진 남성이 기자회견·해명자료 등 기존의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했다면 이들의 입장에 대한 반박이나 추가 폭로는 SNS를 타고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1일 신인 배우 송하늘씨가 배우 겸 전 교수인 조민기씨의 성추행 의혹 해명에 반박하기 위해 추가 폭로한 페이스북 글은 12시간이 채 안 돼 2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유했다. 이 내용이 기사화되기 전에 이미 수십만명이 내용을 알게 되는 효과가 났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국내 블로그·트위터·뉴스의 ‘#미투’ 언급량은 서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인 2월 첫째주에 7만1,738건으로 전 주에 비해 35배 늘어났다. 피해 여성들은 익명성에 숨지 않고 페이스북 등 실명 기반의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이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고 더 많은 공감을 낳는 요인이 됐다.

피해자들의 폭로인 미투에 이어 무감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자성의 의미 또는 미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의미의 ‘#위드유(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에의 동참도 늘어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미투 해시태그의 게시글이 87만여건이지만 위드유 해시태그는 108만건에 달해 피해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층으로도 공감대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