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전북 군산시를 찾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한 간담회를 엽니다. 군산 소룡동에 있는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 열리는 ‘군산지역 지원대책 간담회’에는 총리와 관계 부처, 전북도와 군산시, 한국GM 군산지회 노동조합, 협력사가 참석합니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게 될 경우 생길 수 있는 고용문제 해법을 찾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30만 vs 15.6만 vs 20만 서로 다른 주장
당장 군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정확한 팩트(사실)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와 정부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군산공장만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부평과 창원까지 화마가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는 고용입니다. 한국GM이 한국 경제와 지역상권, 고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야 그에 맞는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GM의 국내 직간접 고용인원 추정치가 제각각입니다.
우선 노조는 30만개를 얘기합니다. 지난해 7월12일 한국GM 노조는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지엠 30만 노동자 일자리 지키기 산업은행-정부지분 매각 저지 대책위 출범’이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당시 내건 것이 한국GM과 부품사, 협력사 일자리를 합치면 30만개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노조가 주장해오던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GM이 군산공장 폐쇄 및 구고조정 방안을 발표했을 때 30만 고용이 흔들린다는 기사가 도배됐습니다. 아무래도 노조니까 일자리 영향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자리 후폭풍이 커지자 정부가 이를 바로잡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지난 15일 정부는 한국GM과 협력사의 총 고용인원은 15만6,000명이며 한국GM은 약 1만6,000명 1차 협력사는 약 9만3,000명인데 이중 전속협력사는 1만1,000명이라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우선 전체 인원이 노조 주장의 절반가량으로 축소됐습니다. 자료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한국GM 완전 철수 시 직접 영향을 받는 이들은 한국GM(1만6,000명)과 1차 협력사 중 전속협력사(1만1,000명)를 더한 2만7,000명 수준이라는 게 행간의 의미입니다.
정부의 뜻을 헤아려보면 30만개 고용은 과장됐고 실제로는 그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실제 고용영향을 파악하려는 의도 △정치논리를 막으려는 생각 △협상에서의 주도권 획득 등이 이유로 보입니다. 국내 정치권이 고용영향을 과도하게 부풀려 협상에 지장이 가는 것을 막고 GM 측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구도를 깨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둘 사이의 숫자 차이가 너무 큽니다. 15만6,000개라는 자료를 내면서 정부는 “통계청과 자동차부품조합, 국내 완성차사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고용현황”이라며 “2016년 기준이며 2차와 3차 협력사 고용인원은 추정”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달았습니다. 정부에서 파악했다니 일견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GM의 입장은 다릅니다. 지난 13일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알리면서 국내외 고용인원이 20만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군산공장 폐쇄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묻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GM 측은 분명 20만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설명은 지금도 이어집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24일 “우리가 파악하는 국내 직간접 고용은 20만개”라며 “우리가 직접 협력사를 관리하고 재무제표도 들여다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모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구매본부에서 협력업체를 관리하고 있어서 1·2·3차 협력업체 명단을 다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실게임? 정보는 한국GM에 협신회도 20만개
자동차에서 협력사 관리는 중요합니다. 부품 하나만 잘못돼도 차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사람 목숨이 달려 있는 부분이어서 관리가 철저합니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협력사 현황은 기본적으로 꿰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한국GM 법인의 설명이 가장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고용인원을 최대한 늘려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와 여론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 사회와 나라 경제에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확대해야 하는 것이죠.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을 부풀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여론이 나빠질 테니까요. 반대로 적게 뽑을 유인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세 곳 중에서 가장 적은 15만6,000개입니다. 한국GM 법인 입장은 중간쯤 됩니다. 물론 많이 잡으면 정부와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거짓말일 경우 금세 드러날 수 있습니다. 협력사들이 존재하는 탓이죠. 실제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GMK 협신회도 “일자리 20만개 위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군산공장도 숫자 엇갈려…제대로 된 대책 못 나와
중요한 것은 정부 추산치의 정확도입니다. 정부 계산이 잘못되면 대책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과 나라경제에 대한 파급력을 계산할 때 오류가 생길 수 있는 탓입니다. 군산공장만 해도 지역에서는 공장 직원 2,000여명과 협력업체 1차 35개사 6,000여명, 2차 99개사 5,000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판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 20일 국회를 찾은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은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는 건 어렵다”며 “다만 22개 협력업체에 5,000명의 근무자가 있는데 500명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데 더 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자리는 총 수가 아니라 한명이라도 해고되면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개인과 한 가정에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GM 부실화의 구조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와 별도로 정확한 예측 수치와 파급력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옵니다.
정부의 구조조정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하는 것은 이런 부분입니다. 게다가 한 기업이 문을 닫으면 단순히 해당 업체에만 영향이 있는 게 아닙니다. 주변 상권은 몰락하게 되고 요식업부터 운수업, 병원까지 영향을 안 받는 곳이 없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2차 파급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정부의 말대로 한국GM의 파급력이 단순히 15만6,000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국GM은 이번 기회에 경영구조를 제대로 뜯어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도 다듬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다가올 또 다른 구조조정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