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뒷북경제]싱크탱크마저 무섭게 세우는 中…“한국도 싱크탱크 지원 필요”



지난달 미국펜실베니아대 ‘국제관계 프로그램’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이 전 세계 싱크탱크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아시아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로만 보면 여전히 한국은 아시아권의 맹주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중국 싱크탱크 수는 512개로 집계됐는데요. 지난 2016년 435개에서 77개 늘어난 것입니다. 물론 중국의 싱크탱크는 민간자본으로 인해 운영되는 미국의 싱크탱크와 달리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공산당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다 보니 경쟁력은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




1935A01 싱크탱크 35판


■한국과 격차 벌어지는 중국 싱크탱크

반면 한국은 2016년 35개에서 2017년 53개로 18개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싱크탱크 격차는 10년 새 45개에서 449개로 벌어졌는데요. 중국은 2008년 74개, 한국은 29개로 사실상 동일선상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이 제자리에 머무는 사이 중국은 ‘천인계획’ 등 대규모 인재유치 전략과 함께 막대한 정부 지원을 쏟아내며 앞서나간 결과입니다. 1위인 미국의 싱크탱크 규모도 2016년 1,835개에서 1,872개로 37개 증가했고 일본도 109개에서 116개로 늘어 9위에서 8위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영국과 독일이 각각 444개와 225개로 3위와 5위를 기록했고 인도는 293개(4위)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싱크탱크 규모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국가의 연구 체력을 상징하는 국내 싱크탱크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960년~80년대. 소위 개발연대로 불리는 이 시기에 한국의 싱크탱크는 주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한국의 싱크탱크는 조연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선 싱크탱크의 ‘실탄’ 마련부터가 어렵습니다. 2015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출연 연구기관의 예산현황을 분석해보면 정부출연금 총액은 2011년 3,892억원에서 2015년 4,324억원으로 11.1%(431억원) 증가했지만 수탁용역수입(정부대행사업수입 포함)은 2011년 3,444억원에서 2015년 4,437억원으로 약 28.8%(993억원) 증가했습니다. 과도한 수탁수주로 기관 고유연구와 일반연구사업이 부실해지고 정부부처에 과도하게 종속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연구용역에 매달리다 보니 논문 실적은 좋지 않습니다. 2013년 이후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6개 기관에 속한 4,024명의 연구원이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총 5,364건으로 연구원 1인당 연평균 0.3건을 게재하는 데 그쳤습니다. 연구역량을 평가하는 척도로 자주 통용되는 국제전문학술지 게재 실적은 0.03건에 불과했네요.

관련기사



국내 싱크탱크가 결국 ‘이직 정거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르는데요. 정치권 관계자는 “연구원 출신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국회에서 내는 목소리는 연구자로서의 입장이 아닌 특정 정파에 치우치다 보니 후배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인재를 중국으로 이끄나

지난 2016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가 ‘네이처 인덱스 라이징 스타(Nature index 2016 Rising Star)’를 발표했는데요. 100위권에 중국 대학과 연구소 등 싱크탱크 40개가 포함됐고 심지어 1위~9위를 중국과학원과 베이징대·칭화대 등이 차지 했습니다. 싱크탱크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우수한 연구원을 확보하느냐인데요. 전문가들은 중국의 싱크탱크가 저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에는 ‘천인계획’이 있다고 주목합니다. 중국은 2008년부터 해외 유명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근무한 박사 취득자 1,000명을 유치하겠다며 1인당 100만위안의 보조금·주택·의료·교육서비스 제공 등 12가지의 유인책을 제시했고 그 결과 2014년까지 4,000여명의 중국 출신 유학생, 중국계 연구원들이 중국 내 각종 싱크탱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G2 위상에 걸맞은 싱크탱크를 육성하겠다”며 10년간 고급 인재 1만명을 육성하겠다는 ‘만인계획’까지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인재유치 전략은 유효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양전닝 박사와 컴퓨터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 야오치즈 박사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고 이뿐만 아니라 로스앨러모스(Los Alamos)연구소 등 미국 국책연구소 출신 연구원들이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와 난팡과학기술대에 모여 한 시간 이내 핵탄두 투하가 가능한 초음속 비행체와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의 차세대 전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카네기 연구소도 중국의 문을 두드렸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칭화대와 공공정책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카네기연구소도 칭화대와 글로벌정책센터를 열었습니다. 중국 싱크탱크가 단기간 이뤄낸 양적·질적 성장은 막대한 정부 지원과 싱크탱크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받습니다. 중국과학원은 한 해 예산만 10조원에 달하며 오는 2020년 화성 탐사선 발사를 준비하는 등 중국 과학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본진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사회과학원은 일대일로와 장강프로젝트 등 굵직한 중국의 경제 프로젝트 선봉에 서있다. 중국의 싱크탱크가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중국 싱크탱크는 정부의 영향력이 강해 막대한 예산으로 운영되므로 한국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며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미국 싱크탱크 또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이 많지만 한국은 그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 대다수 싱크탱크가 영세한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형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