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최고경영자(CEO)부터 임원·사외이사까지 민관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있다. 공석인 공공기관장만 60여개나 되고 청와대는 정치인 낙하산을 선호하고 있어 ‘코드 인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5일 “집권 2년 차인 만큼 그동안 미진했던 공공기관을 비롯한 주요 자리에 대한 인사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속도를 낼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큰 틀에서의 인사를 마무리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올 들어 낙하산 인사는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민간기업인 KT는 고(故) 노무현 정부 시절 사회문화수석과 경제수석을 지낸 이강철씨와 김대유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박기홍 전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에너지 신임 대표에 올랐는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한 인사다. KT&G도 2대주주인 기업은행이 현 백복인 사장 연임을 둘러싸고 사측과 표대결을 벌이기로 하면서 기업 정상화냐, 또 다른 낙하산용 인사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협회도 낙하산이 장악하고 있다. 공석인 한국케이블TV협회장에는 문 대통령의 대선을 도왔던 김성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거론된다. 앞서 캠프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효석 전 의원은 석유협회장으로 갔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성경륭 신임 이사장을 비롯해 코레일·코이카·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공단 등은 정치권 출신이 수장을 꿰찼다.
이 같은 상황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353곳 중 기관장 자리가 빈 곳은 67개다. 관가에서는 “(보수정권) 10년 한을 푸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정치권 낙하산은 노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인적 쇄신을 통해 보수사회를 진보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정치인이 가장 경쟁력 있는 그룹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만큼 정치권 낙하산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구경우·지민구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