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선전KYJ이커머스(Shenzhen KYJ E Commerce)와 미국 시장에 동반 진출한다. 조인트벤처(합작사)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에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물류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삼성전자 외 계열사의 첫 해외사업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삼성SDS와 중국 선전KYJ는 미국 델라웨어법인에 조인트벤처(JVC)로 투자한다. 삼성이 지분 51%, 중국 측이 49%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은 삼성SDS가 행사할 예정이다. 삼성SDS와 중국 측은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고 현재 국내에서 정부부처 신고 등 행정절차만 앞두고 있어 이르면 다음달 중 모든 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에 따른 영향으로 롯데와 이마트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중국 회사와 합작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것은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SDS와 선전KYJ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은 삼성SDS 기업가치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대외사업 역량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삼성SDS는 물류 BPO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진행했지만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삼성SDS의 BPO 사업 성장은 대외사업 확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삼성SDS의 사업분할에서도 BPO 사업의 역할이 크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S는 활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며 “사업확장을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진행돼야 기업가치 상승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S는 물류 BPO 사업을 분할을 추진해왔다. 정보기술(IT) 서비스와 함께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물류 BPO 사업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하고 삼성SDS는 IT서비스 전문업체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었다. 물론 이후 IT서비스사업 부문을 삼성전자에 합병하고 물류사업은 삼성물산에 합병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삼성SDS는 지난 2017년 물류 BPO 사업분할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구속 이후 합병, 지주사 전환 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을 추진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전KYJ와의 합작은 그룹차원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내고 공격적인 대외사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에 설립되는 조인트벤처는 블록체인 기술과 IT를 활용한 물류 BPO 사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향후 장기적으로는 삼성SDS가 중국은 물론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금씩 나온다. 삼성SDS는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물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저우 우정국과 국제 특송 화물 관련 물류서비스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 그룹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2014년 미국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한 뒤 삼성경제연구소에 블록체인과 관련된 연구를 지시하기도 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선전KYJ이커머스와 지난 몇 개월 동안 협상을 진행한 것은 맞지만 최근에는 협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물류유통 사업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보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기술 물류작업의 교과서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적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내 직접 택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상품을 택배로 직접 운송하면서 페덱스·UPS 등 기존에 아마존 상품을 배송했던 업체들의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SK텔레콤도 앞서 모회사인 SK㈜를 앞세워 홍콩 물류회사인 FSK L&S 지분 60%를 취득했다. FSK L&S는 2016년 SK와 훙하이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저스다(JUSDA)가 60대40의 비율로 출자해 함께 설립한 물류운송 관리대행 특화 회사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번 계약을 통해 오픈마켓 서비스인 11번가의 e커머스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배송 추적·반품 등 서비스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