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에도...'비핵화 기싸움' 변죽만 울릴수도"

■서경 펠로진단 '평창이후 한반도 어디로'

北,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 얼마나 충족시킬지에 성패 달려

4월 한미연합훈련때까지 성과 못내면 한반도정세 다시 출렁

정부, 美와 섬세한 조율 필요...깜짝발표 등 일 벌여선 안돼



평창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남북미 간 숨 가쁜 외교전이 이어지며 한반도 정세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 외교전에서 정부가 남북대화는 성사시킨 반면 북미대화는 완전히 이끌어내지 못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오는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전까지 약 한 달간 북미 간 탐색적 대화라도 성사돼야 한반도 평화 흐름을 가져갈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갈등 국면으로 치달았던 남북·북미관계를 대화 모드로 전환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속 협상과 성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다시 출렁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26일 “평창올림픽으로 남북대화는 이뤘지만 북미대화는 (분위기만 조성했을 뿐) 가시적인 성과는 못 얻어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보통 국가’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언급에 대해 “정부가 북미대화 없이는 남북관계도 진전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니 북한이 그에 호응한 것”이라며 “한반도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전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역시 서경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정부가 북미를 ‘맞선자리’까지 끌고 오느라 애를 썼다”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긍정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 국면이 고조되면서 북미 간 무력대결 양상까지 치달았지만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중재하며 일단 불씨는 껐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관심은 정부가 그토록 공을 들인 북미 간 탐색적 대화가 과연 열릴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멍석은 깔렸지만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교수는 “미국이 비핵화와 관련된 행동이나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요구하는 대화의 조건을 어느 정도 북한이 충족시키느냐에 향후 북미대화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봤다. 남 교수는 “북미 모두 그냥 마주 앉는 것을 원하지 않고 앉기 전에 서로 요구사항을 들어달라고 요구할 것인데 입장 차이가 커 실제 테이블에 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서로 대화 관련 공개 발언만 주고받는 등) 변죽만 요란하게 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위한 중재안으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고 요청했지만 북미 어느 한쪽이 이 같은 중재안을 거부할 경우 협상 시도는 실패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앞세우고 있고 북한은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버티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미대화의 마감시한은 다음달 말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전까지는 북미 탐색적 대화가 성사돼야 한다”며 “안 그러면 훈련이 시작되며 다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훈련이 벌어지면 대내외 시각을 의식해 맞불훈련을 해야 하는데 전방위 경제제재로 안 그래도 돈이 없는데 추가로 돈이 투입돼 한미훈련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탐색적 대화 불발→한미훈련 재개→북한 반발 및 재도발 등으로 평창 이전의 긴장 고조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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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정부는 미국과의 입장 조율을 세심하게 해야 한다”며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해 미국이 놀랄 만한 사안을 깜짝 발표하는 등의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또 “미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지 않느냐”며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북미 탐색 대화가 안 된다면 우리 정부가 양측을 만나 간접대화 형태로 북미 서로의 입장을 전할 수 있다”며 “대북특사도 바깥에서 다른 북한 측 인사들과 이야기하기보다는 최고지도자(김정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경 펠로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는 핵무력 완성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4월 한미훈련이 열리면 일시적 긴장이 있을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3월 민간급 교류→4월 한미훈련에 따른 일시 정지→5월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 순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규·박효정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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