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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금융집사로 변신하는 증권사] BK수익 대신 고객富 늘리는 WM 키우기 '小失大貪 전략'

<상> 자산관리 시장 놓고 혈투

BK 수익비중 30%대로 줄고 WM 수익은 2배 늘어

안정적 영업구조 전환 위해 자산증식 서비스 강화

방문영업·비대면 플랫폼 등 통해 고객 잡기 나서





증권산업의 수익구조가 바뀌고 있다. 시장이 오르고 내리는 상황에 의존하던 천수답 수익구조에서 고객의 자산관리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능동형 수익구조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10% 안팎에 머물던 자산관리(WM) 부문의 수익은 불과 5년 사이 20%대로 늘었고 투자은행(IB)·운용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증권사 수익구조 변화의 핵심은 WM이다. 고객의 종합자산관리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면 IB·운용 등에서도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WM 시장의 초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강한 의지는 흡사 전쟁터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증권사들은 ‘평생 금융집사’를 자처하며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고객 확보에 여념이 없다. 고액자산가들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20~30대를 대거 확보해 향후 주력 고객으로 삼고 이들에게 부의 증식을 맛보게 함으로써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의 전통적인 브로커리지(BK·주식중개수수료) 수익은 온라인 고객 확대와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순영업수익에서 BK 비중은 지난 2002년 75%에서 지난해 30%대까지 줄었다. 객장에서 주식을 거래하거나 전화로 매매를 요청하는 것은 크게 줄었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가 일반화되고 있다. 주식 중개수수료는 거래가 많을 때는 수익원이 되지만 변동폭이 큰 것이 단점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평생 수수료 무료’를 앞세워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서는 것은 수수료 수익에 연연하기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이른바 ‘소실대탐(小失大貪)’ 전략이다. 김재준 NH투자증권(005940) WM사업부 대표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주식 거래 수수료에 치중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증권사 자산관리 부문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형일 KB증권 WM총괄본부장은 “이제 증권사에 자산관리 강화는 머스트 두(Must Do),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는 몇 년 전부터 감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증권업계의 수익구조 변화를 예견하고 ‘리테일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펀드나 신탁·채권·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금융상품을 팔아 얻는 수수료나 보수 등의 자산관리 영업수익이 처음으로 BK 수익을 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전사 차원의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WM 강화 전략에 증권가 직원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변모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식에만 능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형일 본부장은 “소 잡는 칼만 잘 써서는 안 되고 모든 칼을 다 잘 써야 하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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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워 WM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고객 자산의 획기적인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올해를 패러다임 2단계 추진의 원년으로 삼았다. 박원옥 WM전략본부장은 “ODS(Out Door Sales·외부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방문영업을 일상화해서 고객 유치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팀 영업을 활성화해 서로의 장점은 더하고 약점은 나누는 전략도 세웠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종합자산관리’라는 모토 아래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온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올해는 고객 자산의 글로벌화를 도모하고 연금영업을 강화해 고객의 부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돼 자본 규모가 8조원으로 늘어나면 더 많은 전략으로 고객 수익 극대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윤상화 미래에셋대우 리테일전략팀장은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것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가령 판교 알파돔을 개발해 일반 공모 상품을 만들면 개인의 펀드 투자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략도 중요하게 삼고 있다. 신인기 리테일전략 본부장은 “아무래도 20~30대는 축적된 자산이 적고 고객 수가 많다 보니 비대면 측면의 툴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온라인 채널인 카이로스와 모바일 앱 등에서 자산관리까지 도와주는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실시한 NH투자증권은 올해 ‘강력한 WM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파격 이벤트로 약 4개월간 8만571개 계좌가 개설됐고 1조3,99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자산관리 부문 성장을 위해 고객들과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나선다. 김재준 WM사업부 대표는 “해외투자상품과 금융자산 증대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고객의 성향과 상황에 따른 강력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B증권은 KB금융지주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은행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연금·해외투자·신탁·리서치 등 WM 관련 업무 기능과 서비스를 윤경은 대표가 전담해 WM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PB 업무 경험이 풍부한 이형일 본부장이 은행에서 증권으로 넘어온 것도 같은 이유다. KB증권은 40대 후반부터 50대 고객을 자산관리의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 생애 주기를 보면 50대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50대부터 돈이 벌리기 시작한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이를 위해 오는 3월께 마무리될 예정인 고객 성향 분석을 통해 생애주기별 자산관리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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