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뉴스메이커] G2 무역전쟁 휴전 시킬까…시험대 오른 시황제 책사

中 차기 '경제 대통령' 류허 방미

習 50년 지기 경제실세로 부상

하버드대 출신 경제 감각 앞세워

美 거센 무역압박 해소할까 관심

中, 미국산 닭 반덤핑 관세 철회

잇단 유화적 제스처도 눈길 끌어

2815A10 차기 경제대통령_c


중국의 차기 ‘경제 대통령’으로 주목받는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미중 무역갈등 해소의 단초를 마련하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명을 받고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미국 방문길에 올라 글로벌 외교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중국을 겨냥한 통상압박을 가하면서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시 주석의 50년지기 중고등학교 동창이자 시 주석 집권 2기의 경제 실세로 부상한 류 주임의 방미는 사실상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경제특사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류 주임이 트럼프 정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와 경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주임은 이번 미국 방문 중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최근 불거진 무역전쟁 위기 해소 방안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서는 당장 자신들에게는 큰 피해가 없는 북핵 이슈보다는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미중 무역 갈등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차기 실세이자 시 주석이 가장 신뢰하는 ‘이너서클’ 멤버인 류 주임을 미국에 보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1952년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태생인 류 주임은 시 주석과 베이징101중학교 동창이다. 청소년 시절에 만나 50년 넘게 류 주임과 인연을 맺고 있는 시 주석은 집권 초기 방중한 톰 도닐런 당시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 그를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문화혁명 당시 자신처럼 농촌 하방 생활의 경험이 있는 류허에게 시 주석이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국 정가의 정설로 통한다. 그가 인민대 공업경제과를 마치고 미국 시턴홀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각각 경영학과 행정학석사 학위를 받아 글로벌 경제·정치 감각을 익혔다는 점도 그를 중용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관련기사



이 때문에 그가 예상대로 차기 중국 경제부총리에 발탁될 경우 그가 중국 정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총리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최근 국가주석의 ‘10년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며 장기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은 다음달 5일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류 주임을 경제부총리이자 인민은행 총재, 신설 통합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안전발전위원회 초대 주임까지 겸임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류 주임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통상갈등을 해결하고 대내적으로는 해외 기업과 자본에 중국을 더 개방하는 동시에 국내 금융 리스크를 통제하는 중차대한 일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유학파답게 류 주임은 중국에서 시장기반 정책을 지지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금융위기 예방조치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 주석이 국가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3연임에 나서면서 절대권력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만큼 류 주임과 그를 뒷받침하는 경제팀이 시진핑의 앵무새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시 주석이 경제정책의 많은 부분을 류허 경제팀에게 위임할 것으로 보이지만 류 주임은 시 주석이 반대할 방안은 아예 내놓지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류 주임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에 부과해온 반덤핑관세를 거의 8년 만에 철회하면서 중국의 잇단 유화 제스처가 미중 갈등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2010년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철회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달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고율 관세가 부당하다며 20일 내 항소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낮추도록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강경파이자 대표적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OTMP) 국장을 무역관장 보좌관으로 선임해 백악관으로 불러들이기로 하고 연일 대중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어 양국의 무역마찰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가 미국을 방문하지만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냉담한 반응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