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수출이 유지되던 강관 제품들도 2016년 최대 64%의 관세를 부과받고 미국 수출길이 끊긴 열연과 냉연 강판의 몰락의 길을 따라갈 위험이 커졌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추가 제재를 피하는 희망은 아예 사라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철강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철강산업을 우리나라로 다시 가져오고 싶다. 만약 관세가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치러야 할 대가가 좀 더 생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은 중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최대 52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시장에서 중국을 몰아냈다. 2011년 113만톤을 미국에 수출했던 중국은 지난해 78만톤으로 수출액이 31% 줄어들며 11위로 밀려났다. 이 기간 한국은 수출물량이 연간 257만톤에서 365만톤(미 상무부 기준)으로 42%나 급증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산을 몰아내니 한국산이 득세하고 있다”는 미 철강업체들의 불만이 사실인 셈이다.
업계는 모든 수출국에 대해 24%의 관세를 내리든 한국과 중국 등 12개국에 한해 53%의 관세를 부과하든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은 급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통가격이 톤당 70만원대인 열연과 냉연은 60%대의 관세를 부과받아 현지로 가는 수출가격이 110만원을 웃돈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포스코는 이 같은 가격으로는 수출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대미 수출을 거의 접은 상태다.
무역확장법으로 집중적인 타격을 받은 곳은 세아제강(003030)과 넥스틸, 휴스틸(005010) 등 강관을 수출하는 업체들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 가는 철강 수출 물량 가운데 57%가 유정용강관과 송유관 등 강관 제품들이다. 한국철강협회는 2015년 연 110만톤 수준이던 강관 수출량은 지난해 200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관은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 경제 회복으로 인해 인프라 사업이 확대되면서 수출량이 늘어나는 와중에 관세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정용강관은 현재 수출가격이 톤당 1,100달러(약 120만원) 수준이다. 세아제강은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유정용강관에 6.66%, 넥스틸은 46.37%의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았다. 24~53%의 관세가 더해지면 관세율은 세아제강은 30~60%, 넥스틸은 70~99%까지 뛴다. 120만원 수준이던 유정용강관 수출가격이 156만원에서 240만원까지 오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은 실상 한국산 강관을 미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세아제강은 미국 법인의 생산을 늘리고 넥스틸은 공장을 휴스턴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해도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서 강관을 만들어 미국에 납품했더라도 현지에서 생산하면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인증을 취득한 것과 관계없이 현지 생산제품은 인증을 재취득해야 한다”며 “품질이 중요한 철강제품의 특성상 비파괴검사, 열처리, 수압 등 후처리공정을 안정화시키는 데만 몇 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구경우·김우보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