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계·보석 싹쓸이…다이궁 창고 된 면세점

中 관광객수 46% 줄었지만

객단가는 되레 180%나 늘어

"매출 비중 90%가 보따리상"

국내 업체 구매수량 제한 하지만

알바 고용해 구입 등 규제 피해

中 주부·학생들도 사재기 나서

15일 롯데면세점 본점. 오픈 직후 따이공들이 화장품 세트를 대량 구매한 뒤 줄지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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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따리상(다이궁)들의 면세점 장악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춘제를 앞두고 중국 보따리상들이 시계·보석 등 고가의 물품들을 싹쓸이한 탓이다. 이들의 1인당 구매액도 눈에 띄게 늘었다.

2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3억8,005만달러(약 1조4,90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4%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세 달 연속 최고치다. 이 가운데 외국인 매출액도 10억6,934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이점은 국내 면세점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30만5,127명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1인당 구매단가는 높아지고 있다는 것.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1월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을 중국인 방한객 수로 나눠 산출한 중국인 객단가는 3,5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0% 증가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중국인이고 또 이들 가운데 90%가 다이궁들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들이 한번 지갑을 열면 300만~350만원 정도를 사간다”고 설명했다.


돌아오지 않는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다이궁은 국내 면세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시켰지만 중국인들은 여전히 한국 제품을 찾았고 이런 수요로 탄생한 업태가 바로 다이궁이다. 이들은 유커가 빠져나간 면세점의 매출을 메꿨을 뿐 아니라 오히려 높은 속도로 증가시켰다. 이에 면세점 업계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여행사들에 연 1조원 이상의 송객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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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궁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다이궁들을 규제하기 위해 자국 은행카드로 해외에서 1,000위안 이상 구매 시 외환 당국에 보고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다이궁들은 ‘현금 구매’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면세점에서는 보스턴 가방에 현금을 다발로 넣어 다니며 물품을 구매하는 다이궁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의 구매 수량 제한도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고 다른 구매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계에서 이들의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하지만 다이궁들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구매하거나 여러 시내 면세점을 돌며 구매 수량을 채우는 등 어떻게든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한 달 먼저 사재기에 나서는 등 시차를 두고 구매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다이궁들은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업형 ‘다이궁’들이 카니발에 여러 명을 태워 시내 면세점을 돌며 사재기를 했다면 이제는 주부·학생 등 개인들이 들어와서 구매한 뒤 돌아가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오전에 캐리어를 끌고 면세점을 돌며 물품을 구매한 뒤 오후에 관광을 한다.

다이궁들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면세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이들의 구매력이 높아질수록 중국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면서 시내 면세점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커가 돌아오지 않는 한 시내 면세점들의 경쟁 속에서 ‘큰손’ 다이궁들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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