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통성 주장과 한반도 운명

김우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中, 유사시 한반도 진격 노려

美·日도 분할점령 계획 수립

韓 이데올로기 논쟁 치우쳐

영토보전 책무 잊지 말아야

김우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이데올로기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한 번 빼앗긴 영토는 다시 찾지 못한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이데올로기 논쟁과 정통성 주장도 잘못하면 영토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된다. 지금 한반도 분쟁에서 주변 강대국들은 영토확장에 관심이 있는 반면 우리는 영토보존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논쟁에 치우치고 있다.


중국은 유사시에 한반도에 진격하고 점령하려고 압록강과 두만강 북쪽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황해 건너 산둥반도에는 최신전투기들을 배치했다. 중국은 북한 분할점령 계획에서 함경도 지역을 점령해 동북3성(만주)과 동해를 연결해 해양진출의 길을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임진왜란 때부터 한강 또는 대동강을 기준으로 북쪽을 중국영토로 요구했다. 마오쩌둥도 6·25전쟁을 영토확장의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미국은 북폭·정권교체·참수작전·코피작전 등 여러 가지 군사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유사시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미군이 북한에 들어갔다가 되돌아오겠다고 중국에 약속했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러라고에서 3시간 동안 비밀회담에서 한반도 분할을 밀약했다는 의심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분할은 시간이 지나면 중국과 일본의 분할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제2의 태프트-가쓰라 밀약, 제2의 애치슨라인, 제2의 닉슨 독트린이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부터 한반도 남부를 할양해줄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 한반도 남부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소위 임나경영설에 따른 것이다. 한일합방은 임나경영설을 실현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있을지 모르는 군사충돌을 빌미로 일본은 군대를 파견해 미국과 함께 분할점령에 참여하려 한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3성에 흡수되거나 통합되면 남한은 세계화 시대에 혼자 살아남지 못한다. 일본과 통합해야 한다. 그러면 임진왜란 때부터 있었던 일본과 중국의 ‘한반도 분할계획’은 완성된다.

관련기사



군사충돌의 전쟁공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위험이 약해지고 평화와 교류의 흐름이 생겨난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갈등과 정통성 주장은 다시 일어나는 듯하다. 한반도 역사에서 정통성 주장은 영토를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에서는 단군조선을 신화에 불과하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황하문명에서 제일 오래된 하나라보다 1,000년이 앞선다는 요동지방의 요하문명론에서 단군조선을 되살려서 고구려 역사에 이어 단군조선 역사까지도 중국에 편입시키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뿌리를 연구해 주변 역사를 중국 역사에 끌어들이는 탐원공정이다. 한반도는 3국 통일의 정통성이 신라에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고구려와 발해의 북방영토를 잃어버리고 우리 영토를 한반도로 축소했다.

1919년 수립된 상해임시정부는 다양한 이데올로기 정파들로 구성됐었다. 2차대전 이후 한반도는 독립했지만 임시정부 각료들이 개인자격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정부수립을 둘러싸고 정통성 갈등을 빚다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동서냉전의 결과로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됐다. 지금도 한국의 정통성이 1919년 상해임시정부인가, 1948년 대한민국인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1919년 정통성’은 이데올로기 화해와 포용이 가능하지만 ‘1948년 정통성’은 화해가 힘들고 반공·배타적이어서 갈등을 더 키운다. 이데올로기가 주장하는 영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데올로기보다 영토 보존이 우선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에 대립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모든 이데올로기의 개방·자유경쟁체제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이데올로기를 허용하고 품는 포용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한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산주의 이데올로기로 잘못 자리 잡았고 그 의미를 축소·폐쇄했다. 역사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남의 탓만 하는 ‘왜 때려 민족주의’는 그만두고 자기반성해야 한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시간이 지나서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