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가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줄어든데다 조선·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이 부진하면서 전체 제조업 체감경기는 1년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BSI는 77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2개월 연속 하락세다. BSI는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로, 기준치인 100 이하면 현재 경기가 좋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적다는 뜻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일제히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BSI는 한 달 전보다 2포인트 내린 75로 세달 연속 하락해 지난해 1월(75) 이후 가장 낮았다.
그중에서도 대기업(83)과 수출기업(84)이 2포인트씩 떨어졌다. 중소기업(64)은 1포인트 올랐고 내수기업(71)은 전달과 같았다.
업황이 나아진 곳은 자동차 업계(69)로 전달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완성차업체가 파업을 끝내면서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내수기업에도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자(87)는 전달보다 6포인트, 1차금속(66)은 17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컸다. 전자산업은 스마트폰 판매 둔화,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 등으로 부품 수주가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 1차 금속은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덩달아 타격을 입었다. 철강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통상 압박도 체감 업황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송유관, 강관 등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영향도 일부 작용했다”며 “최근 미국 상무부가 권고한 철강 수입 규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므로 (그 영향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 제조업체들은 ‘내수 부진’(20.1%)과 ‘불확실한 경제상황’(13.3%)을 많이 꼽았다. ‘인력난·인건비 상승’(9.8%)을 꼽은 업체 비중도 0.7%포인트 올라 2003년 1월(9.8%)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비제조업 업황BSI(79)는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언론사들의 관련 기업 광고 매출이 늘면서 출판영상방송서비스업BSI(89)는 전달보다 7포인트 올랐다.
반면 한파 영향으로 건설업(69)과 전기가스업(100)은 전달보다 각각 5포인트, 9포인트 하락했다.
다음달 전체 산업의 업황전망 BSI는 82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올랐다. 제조업(82)과 비제조업(82)이 모두 5포인트, 4포인트씩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감소하면서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3월에는 정상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BSI는 한은이 지난 9~20일 전국 2,848개 업체(응답 기준)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