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의 혜나(허율 분)는 수진(이보영 분)과 함께 아이슬란드로 떠나겠다는 결심한 이래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이에 자신이 직접 지은 이름인 윤복이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해진 혜나의 감성 성장과정을 되짚어 본다.
수진을 만나기 전, 혜나는 학교에서 이상한 아이로 여겨졌다. 반 친구들은 혜나가 더럽다며 함께 밥 먹기 싫다고 하는가 하면 혜나의 자리에 쓰레기를 잔뜩 가져다 놓기도 했던 것. 더욱이 몸 여기저기 상처가 있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고 홀로 참아냈다. 영양실조로 쓰러졌던 날 혜나는 수진에게 “난 안 울었어요. 선생님, 그럴 땐 좋아하는 걸 생각하세요. 그러면 울다가도 안 울 수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울고 싶은 순간마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고 있는 혜나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무슨 일을 당해도 절대로 울지 않던 혜나는 수진을 만나며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추웠던 겨울날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진 혜나를 수진이 발견해 극적으로 구조된다. 이어 혜나의 소원대로 두 사람은 철새를 보러 갔고 그 곳에서 혜나의 감정이 폭발했다. 수진이 혜나를 멀리 데려가겠다고 말하자 “엄마가 나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라며 이제껏 참아왔던 눈물을 흘린 것. 그저 머쓱하게 웃음지어 보이던 혜나가 처음으로 슬픔의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이었다.
혜나는 매 순간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수진과의 여정을 통해 조금씩 감정을 드러냈다. 홍희(남기애 분)가 내준 이발소 집 옥탑방에서 잠시 머무르는가 하면 홍희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혜나는 “너무 행복해서 그래요. 아무데도 안 가도 되고 더 이상 안 행복해도 되니까 그냥 여기서 이렇게”라며 행복의 눈물을 흘린다. 혜나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도 커다란 행복을 느끼는 영락없는 9살 어린아이였던 것. 특히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에 벅차하면서도 너무 빨리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혜나와 수진은 영신(이혜영 분)의 집에 머물며 수진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 혜나는 이진(전혜진 분)의 쌍둥이가 다니는 유치원 입학시험을 보게 됐다. 이어 혜나는 마트료시카를 이용해 수진을 설명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엄마가 아이를 버려도 아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요. 그런 아이도 나중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요”라고 말해 혜나가 정서적인 안정을 받으며 사랑 받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편, 수진과 혜나는 자영(고성희 분)으로부터 영신의 집에서 지내고 있음이 발각되었다. 자영과 마주친 혜나는 이발소로 도망가고 자영은 어떻게든 혜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혜나는 자영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엄마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이젠 엄마가 아니니까. 엄마가 행복해져도 불행해져도 난 어쩔 수가 없어요. 이젠 엄마 딸이 아니니까”라고 단호하지만 담담한 어투로 자영을 거부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수진은 자영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와서는 혜나를 꼭 안아줬다. 수진은 “웃지 않아도 돼. 괜찮아. 울어도 돼. 울자”라며 혜나를 토닥이고 그제서야 혜나는 엄마를 부르며 눈물을 터뜨렸다. 9살 아이가 엄마를 거부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알기에 오열하는 혜나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처럼 감정 표현에 서툴던 혜나는 수진을 만나며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누구보다 혜나를 사랑하는 수진이 혜나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면서 혜나가 보통의 9살 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 목놓아 울고 웃고 싶을 때 해맑게 웃는 아이로 변화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에 혜나가 설악(손석구 분)이라는 사악한 검은 손길에 맞서서 이를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한편,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로맨스를 그린 ‘마더’는 매주 수, 목 밤 9시 30분 tvN에서 방송되며 국내 방영 24시간 후 매주 목, 금 밤 9시 45분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