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서울사람들에게는 ‘포도’ 하면 ‘안양’이었다. 그 시절에는 지금의 평촌신도시 일대가 포도밭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에는 넝쿨이 옆으로 퍼지는 포도나무 대신 하늘을 찌르는 아파트들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 그 옛날 안양이 차지하던 포도산지의 명성은 이제 충북 영동군의 몫이다. 인구 5만의 영동군은 농가의 52%가 과수업에 종사하고 있다. 과수산업이 다른 지방에 비해 발달한 것은 일교차가 큰 탓에 과일의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동군은 전국 최대 과일 산지 중 한 곳으로 포도·감·호두·사과·배·복숭아 등 주요 작물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6~11%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포도는 전국 생산량의 12.8%, 충북생산량의 78.3%를 차지해 전국 제일의 포도산지로 꼽힌다. 이에 따라 포도는 영동군 과수소득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포도 구경을 할 수 없는 초봄이다. 이 시절에 포도를 운운하는 것은 생과(生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영동 와인에 대한 얘기로 건너뛰기 위한 징검다리 삼아 운을 뗀 것이다.
해마다 9월이면 영동천 일원에서는 영동축제관광재단과 영동와인연구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와인축제가 열린다.
대한민국와인축제는 40여개의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소개하고 함께 즐기는 축제로 와인시음, 와인족욕, 와인과 어울리는 메뉴 시식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난계국악축제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영동역을 중심으로 ‘101가지 와인향 거리’ ‘과일나라 테마공원’ ‘와인터널’ 등이 조성돼있어 1년 열두달 언제든 와인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영동군에는 또 ‘와인코리아’ 및 ‘컨추리와인’ 등 와이너리 농가, 영동대학교와 와인연구소가 함께 연구개발(R&D)을 하는 등 와인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봄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코리아를, 그리고 이번에는 블루와인농원을 찾았다. 블루와인농원은 농촌교육 인증을 받은 6차산업 농장으로 직접 재배한 블루베리를 이용해 와인을 빚어 판매하는 한편 체험·숙박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모두에 언급했다시피 영동군에는 40여 곳의 와이너리가 있는 만큼 사전에 각 와이너리에서 어떤 와인을 만드는지 알아보고 찾아가면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골라 시음하거나 구입할 수도 있다. 영동군을 대표하는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맛보고 싶다면 홍보관을 들러 맛보거나 축제 때 방문하면 지역 와이너리들이 출품한 와인들을 시음해볼 수 있다.
서울역~영동 국악와인열차 운행
코레일은 영동 와이너리 투어와 난계 국악체험기차여행을 겸한 여행상품을 새로 내놓았다. 지난 2월22일 개통한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서울역을 출발, 영등포·수원·평택·대전역을 경유, 영동역에 도착하는 상품으로 와이너리 체험(와인시음 및 족욕)과 난계국악촌·옥계폭포를 돌아보고 당일 서울역으로 복귀하는 상품이다(표 참조). 숙박 없이 돌아오는 당일 상품으로 객차의 종류와 이동 간 제공 서비스, 식사포함 여부에 따라 8만5,000원짜리 일반객차 상품과 10만9,000원짜리 이벤트 객차 상품으로 나뉜다. 1544-7755(www.korailtravel.com)
/글·사진(영동)=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