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적외선 이용해 자석 만드는 방법 찾아내

UNIST 박노정 교수팀, 전자의 스핀 조절로 자성 형성 증명

부도체 물질에 진동을 유발해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전자의 자기적 성질을 전자공학에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에 기여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의 박노정 교수팀은 자기적 성질을 띠지 않는 물질로부터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자석으로 만드는 방법을 최신 계산방법으로 증명했다고 28일 밝혔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원자 속에는 전자가 있다. 전자는 스스로 회전하면서 자기장을 만든다. 전자의 회전, 즉 스핀이 있기 때문에 모든 물질은 자석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성을 띠려면 전자의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돈돼야 하는데, 모든 물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전자의 스핀을 조절해서 물질이 자성을 띠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기존에는 자기장을 걸어준다거나, 빛으로 전자를 직접 조절하는 방식이 소개됐다.

박노정 교수팀은 에너지가 낮은 적외선을 이용해 전자를 건드리지 않고, 원자를 진동시키는 것으로 전자의 스핀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박 교수는 “모든 물질은 스핀이라는 ‘자석의 씨앗’을 가지며, 스핀 방향을 나란히 정렬하면 자성을 띠게 할 수 있다”며 “자기장이나 빛으로 직접 스핀을 조절하는 연구도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원자를 춤추게 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전자의 스핀 방향을 정렬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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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차원 반도체 물질인 몰리브덴황(MoS₂)을 자석으로 만드는 데 적외선을 적용했다. 적외선의 영향으로 ‘황 원자는 한 방향으로 회전운동’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시간 대칭이 깨진다. 이는 결국 전자의 스핀 방향을 정렬시켜 몰리브덴황이 자성을 띠게 만든다. 다시 말해,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자가 자기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로 적외선처럼 에너지가 낮은 파장의 빛으로 전자의 스핀을 조절할 가능성이 입증됐다. 이는 전자의 스핀 방향만 조절해 신호로 이용하는 전자공학, 스핀트로닉스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전자의 스핀으로 신호를 만들면, 전자를 직접 이동시키는 것보다 연산속도가 빠르고 저장용량이 크며 에너지 소비도 적은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스핀트로닉스를 구현하는 물리학적인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진호섭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신동빈 UNIST 물리학과 대학원생도 참여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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