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원가 앞 집창촌… "개학 앞두고 시름만 깊어져"

2004년 길음뉴타운 들어서고 학원·학교 늘었지만

재개발 계획 지연되며 '미아리텍사스' 성업 중

주민들, "철거든 단속이든 제대로 해주길"

27일 새벽 1시 내부순환로 길음역 인근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 앞에서 서 남성 2명이 택시에서 내려 걷고 있다. /제보자 사진제공27일 새벽 1시 내부순환로 길음역 인근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 앞에서 서 남성 2명이 택시에서 내려 걷고 있다. /제보자 사진제공





27일 새벽 1시 성북구 길음로의 한 입시학원 앞. 집창촌 손님들을 태우는 택시들이 학원 맞은편 길음역 인근 대로변에 줄줄이 서있었다. 20대 남성부터 외국인 노동자까지 구매자로 보이는 이들이 일명 ‘미아리 텍사스’를 찾고 있었다. 이날 아침이 밝은 뒤에도 집창촌 골목은 여전히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미아리 텍사스 반경 50~200m 내에 학교·학원가가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매일 밤 10~11시 경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이 집창촌의 풍경을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길음중학교 학생 A씨(15)는 “아동청소년 주민자치회의에 ‘미아리 텍사스’를 3년째 주요의제로 올리고 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철거도 단속도 없이 계속 남아 있다는 게 속상하다”고 전했다. 10년 전부터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에 살았다는 채모(41)씨도 “이사 올 때부터 성북구청에서 ‘미아리 텍사스’를 철거하겠다고 했지만 철거는커녕 단속도 제대로 안 된다”며 “골목마다 빨간 글씨로 ‘청소년 입장 금지’가 쓰인 간판을 볼 때마다 딸과 서로 못 본 척을 하기가 민망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2004년 길음뉴타운이 들어선 뒤부턴 거주 주민 연령대까지 낮아져 집창촌 인근에 학원과 학교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성매매업소에 영향을 받는 청소년층도 많아졌다. ‘미아리 텍사스’ 인근에만 10여개의 초·중·고등학교가 모여 있다. 3월에는 소아전문병원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제2병원’이 들어서지만 이마저도 바로 옆 골목이 집창촌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27일 오전 11시경 길음뉴타운 인근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를 들어가는 골목 앞에 버젓이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손구민 기자27일 오전 11시경 길음뉴타운 인근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를 들어가는 골목 앞에 버젓이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손구민 기자



길음뉴타운 주민들은 10년째 구청과 주민센터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재개발 계획으로 단속과 철거가 모두 무기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북구청은 미아리 텍사스를 철거하고 주상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2006년 처음 세웠지만 현재까지 재개발 집행계획조차 정해진 것이 없다. 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지난 1월 재개발사업시행 인가 총회가 무산돼 사업 시행이 안 된 상태”라고 전했다. 다음 2차 총회는 4월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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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처리와 행정 절차 사이에 공백이 생기다 보니 단속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북구청은 ‘성매매집결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순찰과 단속에 나섰지만 실질적 사법권이 없다 보니 업소를 단속·계도하기에 한계가 있다. 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현재는 구청에서 자체적으로 순찰만 나서고 있는데 앞으로 경찰과 합동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법권을 가진 경찰 측은 성매매 현장 처벌이 어렵다며 사리는 분위기다. 경찰청 성매매단속계 관계자는 “성매매 처벌은 현장 적발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신고나 영장 없이 무작정 현장에 갈 수는 없다”고 전했다.

행정적·사법적 이유로 집창촌이 방치되는 동안 피해는 주민들만 보고 있다. “철거가 오래 걸리면 단속이라도 제대로 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길음뉴타운 주민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 ‘길음뉴타운연합동호회’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올라온 게시글 45개 중 15개 안팎이 성매매업소 단속과 퇴출에 관한 게시글이다. 지난 18일에는 주민들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미아리 텍사스를 없애달라”는 청원글도 올렸다. 길음뉴타운 거주자 최모(43)씨는 “출근하는 직장인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크다”며 “불법인 성매매를 좀 더 실질적으로 단속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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