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이젠 생산성이다] 獨 "돈보다 시간" 노사합의...'유연근로제'로 생산성 높인다

<상> 근로시간 단축, 선진국은 어떻게

獨 금속노조 임금 깎이더라도 자유로운 근로시간 선택

핀란드 '육아기 근로단축'...佛은 연장근로 예외규정 둬

독일 북부의 브레멘에 있는 자동차 업체 다임러의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메르세데츠벤츠 브랜드의 상징을 완성된 자동차에 붙이고 있다. 독일 기업들과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저축제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면서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독일 북부의 브레멘에 있는 자동차 업체 다임러의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메르세데츠벤츠 브랜드의 상징을 완성된 자동차에 붙이고 있다. 독일 기업들과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저축제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면서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 최대 금속노조 ‘이게메탈(IG메탈)’의 바덴뷔르템베르크지부는 최근 금속경영자단체와 6차 협상을 거친 끝에 ‘주 28시간 유연근무제도’를 관철시켰다. 근로자가 앞으로 2년간 주당 근무시간을 현행 35시간에서 28시간까지 줄이도록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일단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근로자 약 90만명에게 적용된다. 이 지역은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 다임러와 자동차 부품 회사 로버트보쉬 등의 공장이 있어 독일 산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곳이다. 슈피겔은 “이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독일 전역의 해당 산업 종사자 390만명 역시 같은 근무조건에서 일할 확률이 높다”며 “독일의 다른 산업 부문에도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속노조는 6.8%의 임금 인상안을 4.3%로 낮추면서까지 이번 유연근무제 도입에 주력했다. ‘돈보다 시간’이라는 근로계의 가치 변화에 더해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근로시간 유연화와 생산성 증대를 같이 꾀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임금이 낮아지더라도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사측은 비용 증대를 유발했던 기존의 근로시간 단축제와 달리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각국은 정부 주도로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곳곳에서 시행해왔지만 고비용의 벽에 막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는 했다. 최근 스웨덴의 제2도시 고센버그시는 지난 2년간 진행해온 ‘6시간 근무제’ 실험을 종료하고 최종 입법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시 정부는 요양병원의 간호사 68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5년 2월부터 2년 동안 동일임금을 유지하되 근무를 하루 2시간씩 줄인 후 병가율과 생산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간호사의 결근이 줄어들고 환자 치료환경이 개선되는 등 일부 성과를 얻었지만 추가 근무조로 15명의 간호사를 새로 고용하면서 연간 60만유로의 인건비가 소요되는 등 총비용이 22%나 증가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유타주도 2008년 주4일근무제를 도입했지만 비용 증가 부담에 3년 후 갑작스럽게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독일 금속노조의 근로시간 감축은 근로 유연성과 관련해 정부 주도가 아닌 노사 합의의 틀을 제공하고 유연성과 생산성 증대를 동시에 꾀했다는 점에서 세계 근로 시장에 새 이정표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금속 근로자는 주당 근무시간을 28시간까지 줄일 수 있지만 희망자에 한해 주 40시간의 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단순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방법은 근로자들에게 근로시간의 융통성을 허용하지만 고비용이 아닌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생산성도 보장한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핀란드와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가 근무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기업 절반가량이 활용하고 있는 ‘근로시간저축제’는 근로자가 회사와 계약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만큼의 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저축해뒀다가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또 미리 휴가를 쓰고 나중에 초과근무를 해도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근로자들도 외압 없이 주도적으로 근로와 여가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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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도 독일과 유사한 근로시간저축제와 자녀가 13세가 될 때까지 근로시간을 20% 단축할 수 있는 ‘육아기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핀란드의 워킹맘 70%, 워킹대디 60%가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적은 급여를 받는다.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인 프랑스의 경우도 연장근로는 산별·기업별 협약으로 정하는 등의 예외규정을 두는 등 생산성을 헤치지 않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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