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출협 '성폭력 신고·상담 센터' 운영

"문제 작가 작품으로 교육받지 않도록 작가 선정 신중" 약속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최근 문화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한국여성편집인클럽과 공동으로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

본격적인 센터 운영에 앞서 출협은 정애주 출판윤리위원회 부회장과 신현경 법무팀장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저자와 편집자, 그리고 상사와 하급자, 그리고 남과 여 사이에 자행되어온 크고 작은 ‘성폭력’ 사례가 폭로되고 있다”며 “협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아직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출판인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신고를 접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협은 또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이루어지는 그 어떤 성취물에 대해서도 우리 시대의 출판인들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심각한 문제를 가진 작가의 작품으로 교육받지 않도록 작품과 작가의 선정에 있어 더욱 정확하고 면밀한 검토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전문]미투운동에 부쳐

우리 출판인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바라보면서 자성과 적극적인 지지의 마음을 전합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통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억누르고 숨겨왔던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이것은 일종의 문화혁명이며 민주주의의 심화과정입니다. 우리는 미투운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우리 공동체가 누구에게나 더 살만한 곳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금 출판계 또한 미투의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 않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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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편집자, 그리고 상사와 하급자, 그리고 남과 여 사이에 자행되어온 크고 작은 ‘성폭력’ 사례가 폭로되고 있습니다. 그 진위는 앞으로 더 명백히 밝혀져야겠지만 오랜 시간 참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 모두는 함께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출판계는 우선 그들의 고통과 함께 하면서 우리 자체가 이런 문제들을 야기한 점이 없지 않으리라는 점에서 깊은 반성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학도 출판도 그 무엇도 인간 위에 설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이루어지는 그 어떤 성취물에 대해서도 우리 시대의 출판인들은 단호히 반대합니다. 출판과 문화야말로 기성의 권위와 폭력성에 맞서고 인간 개개인의 자유로움과 존엄, 창의성을 구현해내야 하는 영역일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고 출판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전근대적, 권위적, 야만적인 행위들이 행해지거나 조장되거나 묵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생존과 자본의 논리나 예술이라는 미명도 변명과 옹호의 논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자체가 이런 문제들을 야기해온 점이 없지 않으리라는 점에서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출판인들이 ‘성폭력’의 위협 속에서 출판활동을 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문화가 남아있거나 조장하는 바가 있다면 철저히 쇄신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자라나는 우리 후속 세대가 심각한 문제를 가진 작가의 작품으로 교육받지 않도록 작품과 작가의 선정에 있어 더욱 정확하고 면밀한 검토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혹시나 과거의 우리의 잣대가 바람직한 기준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다시 살펴보는 기회로 삼도록 할 것입니다.

본 협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아직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출판인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신고를 접수할 계획임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 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투열풍 속에서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출판계가 한 단계 성숙해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8. 2. 28.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윤리위원회 정애주 부회장·법무팀장 신현경 변호사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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