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숙박 O2O 기업 ‘여기어때’는 지난해 4월부터 근무시간을 주35시간으로 줄였다. 월요일 출근시간을 오후1시로 늦추고 평일 점심시간은 30분씩 늘린 것. 1인당 근무시간을 주5시간 줄였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세다.
회사 관계자들은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조직에 큰 혼란을 주지 않고 정착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회상한다. 설문조사 결과 ‘월요병을 없애면 월요일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답변이 많은 데 착안해 월요일 오후1시 출근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관련기사 4·5면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줄어 업무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새나가는 시간을 잡아내 해결했다. 직원들이 서로 독려하며 근무시간 중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집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냈다.
이 회사의 문지형 이사는 “총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일하게 돼 지속적으로 흑자가 나고 있다”며 “올해도 100명 수준에서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예전에는 회의를 해도 결론이 바로 나지 않고 모호하게 끝나 재논의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며 “주35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는 회의 참석자들이 예전에 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반드시 회의시간 내에 결론을 내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당장 4개월 뒤 300인 이상 기업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메가톤급 변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유연·집중근무제를 비롯해 공정개선, 업무효율 향상 등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전사적으로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유럽 등 선진 공업국들처럼 ‘노동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독일·스웨덴 등은 한발 더 나아가 주28시간 유연근무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실험하는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 들어 유통대기업 신세계가 주35시간제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미 주35·36시간제나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린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체조직가공 바이오벤처 기업인 엘앤씨바이오는 고급 기술인력들이 툭하면 이직하는 문제를 파트타임제·유연근무제로 극복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6년 유연근무제 이후 2014년에 비해 1인당 월 생산액은 25% 늘었고 잔업은 주 2시간 이상 감소했다”며 “12%였던 이직률은 2016년의 절반 수준인 5.8%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진환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연구소장은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를 의미하며 기존 환경에 적응한 경영활동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우리의 65% 노동시간으로 약 1.8배의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는 독일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공정·작업 개선, 스마트공장 도입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 방안과 개개인의 동기부여, 집중도 향상을 위한 기존 업무 프로세스 재정립 등 조직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변화가 요구된다”며 “범국가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활동으로 노동 등 요소투입 중심의 성장구조에서 기술혁신 중심의 혁신형 생산성 향상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주연·정민정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