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청호나이스 다시 매물로...이번엔 팔릴까

인수 후보자로 웅진 거론

매각가격 1조대 원하지만

업계 6,000억~7,000억 전망

가격 이견 커 협상 난항 예상



정수기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 웅진(016880)을 포함한 복수의 인수후보자가 거론되는 가운데 가격에 대한 의견 차가 커 매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최근 매각을 위해 인수희망자와 가격 등 인수 조건을 놓고 초기 탐색에 들어갔다. 지난 2012년에도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던 청호나이스는 당시 2조원을 적정 매각가로 주장했지만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무산됐다. 이번에는 1조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매각 대상은 창업주인 정휘동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닌 94%의 지분이다. 물론 실제 매각 지분율은 협상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5년 만에 정수기 사업을 재개한 웅진이 청호나이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웅진은 코웨이(021240) 인수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코웨이 인수희망가인 2조 5,000억~3조원을 동원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는 이미 사모투자펀드(PEF)가 배당금 등을 통해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갔기 때문에 인수가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오히려 렌털 등 유통망이 강한 웅진이 청호나이스를 인수하면 시너지가 나면서 코웨이와 업계 1위를 놓고 경쟁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웅진 외에도 다른 업종의 기업이 청호나이스의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연수기 등의 렌털을 눈여겨보고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2014년까지만 해도 코웨이에 이어 정수기 업계 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특히 역삼투압형 정수기·얼음정수기·커피정수기 등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대기업 계열인 SK매직(당시 동양매직)과 쿠쿠전자 등이 직수형 정수기를 내세워 경쟁이 격화되면서 과거보다 시장 지위가 밀려났다. 기술경쟁보다 렌털 사업을 위한 유통망이 넓은 코웨이나 자본력이 좋고 가성비를 내세운 SK매직과 쿠쿠전자 사이에서 차별화를 하지 못한 셈이다.


생활가전 업계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청호나이스의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머물렀는데 17~20%인 코웨이는 물론 7~10%인 업계 평균 이익률에도 못 미친다”면서 “청호나이스가 주력했던 역삼투압형 정수기도 점점 인기가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코웨이가 정수기(39%)는 물론 공기청정기(32%), 비데(28%) 등에서 독주하고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시장점유율 15%로 2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매각 희망가를 절반으로 낮췄지만 이 역시도 시장에서 너무 높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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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에서 매각 잣대로 사용하는 법인세·이자 등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배수를 기준으로 과거 사례를 비교하면 이 같은 주장은 힘이 실린다. 청호나이스의 최근 3년간 평균 에비타는 559억원이다. 2012년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에비타의 10배 가격으로 인수했고 2016년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 에비타의 9배 가격으로 샀다.

동종업계 최고 배수를 적용하고 최근 배수가 오르는 추세를 반영해도 청호나이스의 매각가는 6,000억~7,000억원 안팎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청호나이스는 “신상품 출시와 새 모델 기용, 신규 투자 등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펴는 상황에서 매각설은 맞지 않다”면서 “수익은 떨어졌으나 매출이 성장세로 새로운 사업구상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세원·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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