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시즌 12·13호골…46일만에 존재감 과시

손흥민(26·토트넘)은 이번 시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기세를 올렸다. 리그 홈 5경기 연속골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46일 전까지는 그랬다. 시즌 11골 8도움을 기록한 뒤로는 상승세가 한동안 멈췄다. 부상에서 복귀한 에릭 라멜라,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들어온 루카스 모우라에게 다소 밀려 출전시간이 줄면서 잠잠하던 ‘주전 경쟁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며 기회를 살렸다. 시즌 첫 멀티 골로 주전 싸움에서 다시 경쟁력을 찾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1일(이하 한국시간) 홈 구장인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치데일(3부리그)과의 2017-2018 잉글랜드 FA(축구협회)컵 16강 재경기에 선발 출전해 67분을 뛰면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 골과 페르난도 요렌테의 해트트릭(3골)이 폭발하면서 6대1로 승리했다. 8강 진출에 성공한 토트넘은 오는 17일 스완지시티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스완지에는 기성용이 소속해 있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맞대결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이날 로치데일전 직전까지 정규리그 5경기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FA컵 3경기 등 9경기 동안 골 침묵에 빠져 팀의 간판 골잡이로서의 활약이 미흡했다. 그러나 지난 1월14일 에버턴전에서 골맛을 본 후 46일 만에 시즌 12호와 13호골을 연달아 터뜨리면서 포체티노 감독에게 믿음을 줬다. 토트넘은 지난달 19일 로치데일과 맞붙어 2대2로 비겼는데 당시에도 손흥민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이날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23분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제친 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랜만에 ‘하트 세리머니’로 득점을 자축한 그는 5분 뒤에는 페널티킥을 성공했으나 슈팅 직전 정지동작을 취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고까지 받았다. 비디오 판독 이후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아쉬움을 곱씹은 손흥민은 후반 14분 요렌테에게 정확히 연결해 도움을 작성하더니 후반 20분에는 라멜라의 패스를 골문 앞에서 오른발로 차 넣어 이번 시즌 첫 멀티 골을 완성했다. 그의 마지막 멀티 골은 지난해 5월 정규리그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델리 알리와 교체돼 나왔지만 이번에는 휴식을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한편 이날 오스트리아에서 뛰는 황희찬(22·잘츠부르크)도 SK 아우스트리아와의 오스트리아컵 8강 홈 경기에서 전반에만 시즌 10·11호 골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가벼운 허벅지 부상을 겪었던 황희찬의 득점은 지난해 11월27일 비엔나전 이후 3개월 만이다.

두 유럽파 공격수가 나란히 멀티 골로 건재를 과시한 것은 각급 대표팀에도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이달 24일과 28일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손흥민과 황희찬을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를 맡은 김학범 감독 역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두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부를 공산이 크다.

한편 이날 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 토트넘-로치데일 경기에서 두 번째로 높은 9.7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요렌테(9.9점)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