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트럼프 글로벌 무역전쟁 선포] 가격 톤당 200만원 훌쩍...'수출효자' 유정용강관도 직격탄 맞나

■국내철강 피해는

24% 관세부과 현실화하면

세아제강 등 수출 타격 커

美 법인 생산 늘리려해도

한국산 원자재 고율관세에

가격 경쟁력 떨어져 고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제품에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꺼내 들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12개국을 표적으로 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보다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리한 가용정보(AFA)’ 적용 등으로 이미 대부분의 대미 수출 철강제품이 고율의 관세를 얻어맞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철강 업계가 고사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피해는 덜하겠지만 당장 대미 철강 수출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HS코드 72)의 대미 수출은 13억7,000만달러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2%, 2015년 대비 32.2%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이 지난 2015년 관세법을 개정해 AFA 조항을 신설한 뒤 2016년부터 우리 기업의 냉·열연 강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이 급감한 것이다.

24%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그나마 냉·열연 강관의 빈자리를 메워왔던 유정용 강관(OCTG)의 수출도 급감할 수 있다. 유정용 강관 등이 포함된 철강제품(HS코드 73)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26억4,000만달러로 전년(18억1,0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미국 상무부가 세아제강과 넥스틸·현대제철·휴스틸 등이 생산하는 송유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데다 다시 24%의 관세가 얹히게 되면 수출도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일단 전문가들도 최악은 면할 수 있다지만 여전히 피해는 막대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12개국 안에 들었기 때문에 그 안이 선택되지 않은 게 최악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4%를 맞는 것도 철강 업계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다른 나라와의 공조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기업 차원에서도 우리 철강을 쓰는 미국 내 기업이나 협회와 공조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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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만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미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실정이라 가격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추가 관세를 떠안은 우리 철강 업체가 미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흘러나온다.

연이은 통상제재로 대미 수출길이 좁아진 가운데 그나마 선전하던 세아제강과 넥스틸·휴스틸 등 강관 수출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유정용 강관은 현재 수출가격이 톤당 1,100달러(약 120만원) 수준이다. 25%의 관세가 더해지면 관세율이 세아제강의 경우 30%, 넥스틸은 70%까지 뛴다. 120만원 수준이던 유정용 강관의 수출가격이 최대 200만원을 넘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법인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마저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제품에 대한 관세는 피할 수 있겠지만 미국 내 경쟁 업체들이 원자재를 내주지 않으려 해 한국에서 물량을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한국산 원자재에 고율의 관세를 붙여놓은 터라 이를 사용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상 수출길은 더 좁아졌는데 섣불리 현지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세종=김상훈기자 김우보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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