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순익 11조' 6년만에 최대지만...은행들 여전히 눈칫밥

[파이낸셜포커스]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대출 확대·배당축소 등

금융당국 주문 쏟아내고

여론은 "손쉽게 벌어" 싸늘

은행 "이자이익 美의 절반

지금 돈 벌어야 부실 대비"

0215A10 국내은행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예대마진 등 핵심 경영지표가 개선된 덕분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금리장사로 배만 불렸다는 비판여론과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의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특수은행)은 지난해 11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도 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11년(14조5,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고실적 배경에는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 초입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오른다. 이에 따라 2016년 1.55%였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63%로 올랐다. 이자이익도 같은 기간 34조4,000억원에서 37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이진석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이자이익 확대에 따라 올해도 은행 수익성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3조7,000억원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고도 11조원의 이익을 낸 것은 단순히 금리상승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린 데는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수익성 등 펀더멘털이 모두 개선된 영향이 크다”며 “특히 대규모 명예퇴직 등으로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선 부실채권 비율은 1.18%로 전년 말(1.42%) 대비 0.24%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주요국의 부실채권 비율(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 1.17%, 일본 1.20%)과 비슷하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1%를 기록, 전년 말(14.81%) 대비 0.40%포인트 상승해 자본적정성도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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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각각 0.48%, 6.0%로 전년 대비 각각 0.37%포인트, 4.63%포인트 상승했다.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은행 생산성도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은행의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은 1억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4배나 급증했다. 여기에 7조원의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해 실적이 개선되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여론과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역대급 실적에 싸늘하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수익 잔치에 머물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더구나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성과급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자칫 뱅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덧씌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이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기업 신용공급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생산적 금융’에 구체적인 액션을 취해달라는 것인데 기업들은 방향은 맞지만 각론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이 지금까지 가계대출을 늘려 손쉽게 이자장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 쪽으로 자금을 적극 공급해주라는 것인데 은행들은 수요처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A은행은 1~2월 중 기업 관련 여신이 2조원가량 빠져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은 대출에 관심이 없고 유망 중소기업은 이미 여러 은행이 달려들어 발굴하기 쉽지 않다”며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하면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도 대출을 해주라는 것인지, 나중에 부실화가 진행되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장사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NIM을 보면 미국 평균의 절반도 안된다. 국내 은행의 NIM은 1.63%로 미국 상업은행(3.19%)의 절반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당국의 지침에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규제가 워낙 많아 올해 성과를 자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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