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용화(29)씨가 군대 입영을 미루기 위해 경희대 대학원 입시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일 경희대 이 모 교수와 정씨를 업무방해 혐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고 경희대와 교육부에 수사 결과를 공문으로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정씨와 함께 부정 입학한 혐의를 받는 가수 조규만(49)씨, 사업가 김모(53)씨, 경희대 대외협력처 부처장과 정씨의 매니저도 업무방해 혐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와 김씨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일반대학원 예술 관련 학과 박사과정, 조씨는 같은 학과 석사과정 2017학년도 수시전형에서 면접에 불참하고도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당시 학과장이자 면접심사위원장이었던 이 교수는 ‘면접 고사에 결시하는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정씨 등에게 면접 점수를 주고 다른 면접위원들에게도 점수를 주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미리 응시생들의 석차를 정해 놓은 면접 평가표를 다른 면접위원들에 전달했으며, 면접위원들은 교수 재임용·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학과장인 이 교수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정씨와 김씨는 총 300점 만점에 270∼28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각각 1·2위로 합격했다.
정씨는 이 교수와 개별 면접을 봤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로는 개별 면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경희대 대외협력부처장이 정씨의 매니저와 조씨에게 입시 청탁을 받았고, 이를 이 교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가 김씨는 친분이 있던 이 교수에게 직접 입학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입대를 한 달 앞둔 2016년 8월 ‘박사과정 진학’을 이유로 입영을 미룬 직후 경희대 대학원에 지원한 것에 비춰볼 때 입영 연기를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가수로서 음악 관련 학위를 취득하려고 박사과정에 지원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유명 연예인을 입학시키면 학교 홍보와 발전에 보탬이 될 것 같아서 도움을 줬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교수나 경희대 측이 합격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