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엄청난 재능과 장타를 뽐내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도 참가했던 재미동포 미셸 위. 그러나 명성에 따라주지 않는 성적 탓에 평범한 선수로 내려앉았던 미셸 위가 3년8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소식을 전해왔다. 1989년생인 그에게는 우리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자마자 올린 의미 있는 우승이다.
미셸 위는 4일 싱가포르 센토사GC 탄종코스(파72)에서 끝난 HSBC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 2014년 6월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이후 거의 4년 만의 우승이다. LPGA 투어 통산 5승.
최종 4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미셸 위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신지은이 16번홀(파5)에서 긴 버디 퍼트를 넣어 17언더파 단독 선두에 나섰다. 그러나 신지은이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고 공동 1위로 먼저 경기를 마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16언더파의 미셸 위는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보냈고 두 번째 샷도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기적적인 퍼트가 나왔다. 홀에서 거의 15m 떨어진 곳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연상시키는 미셸 위의 포효는 그대로 우승 포효가 됐다. 16언더파의 넬리 코르다가 마지막 홀에서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연습 그린에 있던 미셸 위의 우승이 확정됐다.
어쩌면 4명이 연장에 갈 대혼전을 미셸 위는 신기의 퍼트 한 방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난치병 수준의 퍼트 감각 탓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오랫동안 골치를 썩였던 미셸 위라 이날 ‘클러치 버디 퍼트’는 더욱 빛났다. 과거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우스꽝스러운 퍼트 자세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미셸 위는 이날 퍼트 수를 단 25개로 막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나 뒤진 공동 5위였던 그는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7타를 줄이는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미셸 위의 우승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준우승자 신지은의 불운이다. 그는 2012년 이 대회에서도 막판 역전패를 당했다. 17번홀까지 1타 차 단독 선두였다. 그러나 갑자기 몰아친 천둥 번개에 경기가 1시간 이상 중단됐고 경기 재개 후 신지은은 18번홀에서 2타를 잃었다. 그는 연장 끝에 결국 우승을 내줬다. 신지은은 2016년 텍사스 슛아웃 우승 이후 통산 2승을 눈앞에 뒀으나 이날 유일한 보기가 하필 마지막 홀에서 나오고 말았다.
신인 고진영은 15언더파 공동 6위에 올라 지난달 호주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톱10의 태풍을 이어갔다. 김세영은 공동 10위(12언더파), 양희영·이정은·박성현은 공동 24위(7언더파)로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는 5언더파 공동 31위, 최혜진은 3언더파 4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