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하고 경적이 한 번 울린다. 경쾌한 모터음과 함께 뒷바퀴가 강하게 회전한다. 급격한 가속을 이기지 못한 차는 앞 부분이 살짝 들리며 튀어 나간다. 거리로는 100m, 시간으로는 3초가 채 안되는 틈에 차의 시속은 120㎞까지 치고 올라간다. 테슬라가 지난달 26일 국내에 출시한 ‘모델S P100D’ 얘기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김포의 한국타임즈공항에서 모델S P100D의 성능을 체험해 봤다. 일명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 체험이다. 시승 순번을 기다리면서 차량이 치고 나가는 걸 볼 때는 ‘빠르긴 하구나’하는 수준. 2초 대 제로백를 기록하는 차량으로는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포르쉐 ‘911 터보S’, 부가티 ‘베이론’ 등 슈퍼카들이 있다.
운전석에 앉자 옆자리에 앉은 인스트럭터의 첫 마디는 “아마 무서울 겁니다”. 겁이 나더라도 정해져 있는 구간(약 100m)까지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말라고 했다. 좌석을 조정하고 운전대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에이 무슨~’. 하지만 가속페달을 꾹 밟자 자연스레 ‘으윽~’ 하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좌우에 세워져 있는 ‘TESLA’ 깃발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의도적으로 시선을 최대한 멀리 뒀지만 1㎞ 밖의 건물이 순식간에 다가올 것 같았다. 마치 놀이동산 롯데월드의 대표적인 기구 ‘자이로드롭’이 거꾸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모델S P100D에 장착된 두 개의 모터는 62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공식 제로백은 2.7초. 체험 후 회사 관계자는 “체험하신 제로백은 공식 수치보다 빠른 2.4초”라고 했다. 배터리의 온도를 미리 조정해 파워트레인이 전기를 최대한 쓸 수 있는 상태로 미리 설정해 놨기 때문이다.
체험을 마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터 최대의 힘을 바로 내는 전기차에 대한 제로백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닐까. 일반 도로에서 정지상태에서부터 최대 가속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이는 전적으로 운전자의 성향에 달렸다. 더군다나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배기음도 없다. 절대 속도보다 무서운 게 가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