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독단에...또 난장판 된 웨스트윙

나바로에 밀려 관세정책 못 막자

콘 NEC위원장 사임 의사 밝혀

비서실, 쿠슈너 정보접근권 제한

켈리-이방카 부부 신경전도 치열



미국 정치 1번지인 ‘백악관’이 또다시 권력암투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도를 넘는 독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롯해 트럼프 일가의 가족정치,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 최측근들 간의 신경전이 복마전을 이루는 양상을 나타내면서 주요 외신들은 백악관의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여름 비서실장·공보국장을 잇따라 교체하며 백악관의 불화를 간신히 잠재운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줄사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일부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행정부의 무역관세 조치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버니지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유혈사태를 방조하는 태도에 실망해 사임한다는 보도가 쏟아진 뒤 약 7개월 만이다. NYT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콘 위원장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만나 ‘대통령이 관세조치를 강행할 경우 사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콘 위원장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관세조치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언제라도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다시 콘 위원장 사임설에 힘이 실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조언을 무시한 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부과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콘 위원장은 줄기차게 자유무역을 강조해왔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결정 과정에서 온건파로 꼽히는 콘 위원장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포진한 강경파와의 무역노선 다툼에서 완패한 것으로 평가되며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아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샬러츠빌 사태 이후에도 콘 위원장이 자리를 지킨 것은 관세부과를 저지하려는 단 하나의 목적 때문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더 이상 그가 백악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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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켈리 비서실장과 ‘자방카(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간의 신경전은 백악관을 가장 크게 흔드는 권력암투로 꼽힌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비서실이 쿠슈너 고문의 정보접근 권한을 강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쿠슈너 고문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여러 해외 기업인들과 접촉하면서 기밀이 새나갈 우려가 확산되자 켈리 비서실장의 그의 일급기밀 접근 권한을 차단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외교경험이 전무한 이방카 보좌관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 계획에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방송은 “켈리에게 이방카와 쿠슈너는 위험요소가 큰 인물들”이라며 양측 갈등이 “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의 권력투쟁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 때부터 끊임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러시아 커넥션’도 백악관과 관료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돈 맥건 법률고문을 통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이슈를 차단하려 하지만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 등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경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도 권력암투의 또 다른 사례다. NYT는 최근 백악관에서 불거진 암투와 관련해 “트럼프의 백악관은 블랙홀과 같다”며 “정책결정 과정은 무너졌고 맥락마저 없다”고 비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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