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격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지난해 104억원(제약사 유통판매액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 107억원 대비 2.1%가 감소하면서 연매출 100억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릴리의 ‘시알리스’도 같은 기간 98억원에서 86억원으로 13.0%가 감소했다. 비아그라의 대항마로 등장한 시알리스는 지난 2015년 207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불과 3년 만에 연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빈자리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겨냥한 국산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이 꿰차고 있다. 한미약품의 ‘팔팔’(비아그라 제네릭)은 지난해 판매액 201억원을 기록해 전년 179억원보다 12.2% 늘었다. 종근당의 ‘센돔’(시알리스 제네릭)도 같은 기간 68억원에서 82억원으로 20.8% 판매액이 증가했다.
국산 발기부전 치료제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로 효능 차이가 없고 가격도 최대 80%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병·의원에 특화한 마케팅 전략에서 상대적으로 다국적 제약사보다 국내 제약사가 경쟁력이 높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산 발기부전 치료제의 선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팔팔이 비아그라의 고객층을 꾸준히 흡수하고 있고 센돔 역시 시알리스 점유율을 가파르게 잠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 판매액에서 시알리스를 추월한 센돔은 올해 연간 판매액에서 3위에 무난히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1,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고령화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는 노년층이 꾸준히 늘고 있고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발기부전 진단을 받는 젊은 세대도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와 달리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는 것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환자들도 줄고 있어 시장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와 다른 성분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바이엘 ‘레비트라’의 제네릭도 속속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종 무역상과 보따리상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후발주자들이 가격 경쟁에 돌입하면서 최근에는 음지에서 유통되던 물량이 줄고 병·의원에서 처방받는 환자들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