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내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주가 지나면 이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베테랑 필 미컬슨(48·미국)이 지난달 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오른 뒤 한 말이다.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이를 시작으로 2위, 6위를 기록했으며 마침내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손지존’ 미컬슨이 4년8개월의 긴 ‘우승 가뭄’에서 벗어나는 감격을 누렸다. 미컬슨은 5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GC(파71·7,330야드)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총상금 1,0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저스틴 토머스(25·미국)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3년 7월 브리티시 오픈 제패 이후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던 미컬슨은 4년8개월 만에 무관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타이거 우즈(42·미국)와 세계 1·2위를 다투던 그가 자신의 경력에서 우승 없이 보낸 가장 긴 기간이었다. 대회 수로는 무려 102번의 출전만이다. 50세를 목전에 둔 나이를 감안할 때 ‘101전 102기’는 빛나는 성과다. 마지막 우승 이후 준우승만 6번을 보탰던 미컬슨은 이로써 PGA 투어 통산 43승째를 특급대회 우승컵으로 장식했다. 연간 4개가 열리는 WGC 시리즈 대회는 미국 PGA와 유럽 등 세계 6대 투어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우승상금은 170만달러(약 18억4,000만원). 34위까지 밀렸던 세계랭킹은 16계단 오른 18위로 오르게 됐다.
베테랑의 귀환은 극적인 승부 끝에 이뤄졌다. 2타 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미컬슨은 14번홀까지 3타를 줄였다. 승부의 추는 토머스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함께 선두권을 달리던 토머스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2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는 이글을 기록해 2위권 선수들을 2타 차로 벌려 놓으며 시즌 3승 고지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미컬슨도 15번홀(파5) 짧은 버디에 이어 16번홀(파4)에서 6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최종합계 스코어는 미컬슨과 토머스가 나란히 16언더파 268타였다. 23살 차이가 나는 미컬슨과 토머스의 연장 승부는 17번홀(파3)에서 벌어졌다. 토머스의 티샷은 그린을 넘어갔고 미컬슨은 홀 약 6m 거리를 남겼다. 토머스의 어프로치 샷이 짧아 홀까지 약 3m가 남았고 미컬슨은 버디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붙이면서 미컬슨의 우승이 굳어졌다. 토머스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고 바로 지난주 혼다 클래식에서도 우승하는 등 상승세가 무서운 선수다.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은 미컬슨은 “지난 4년간 내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해 힘든 기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노력한 결과 오늘의 우승을 이뤄내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기 시작한 만큼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와 티렐 해튼(잉글랜드)이 15언더파 269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2·3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며 ‘무명 돌풍’을 일으켰던 셔방카 샤르마(22·인도)는 3타를 잃고 공동 9위(10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