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체제보장 되면 비핵화' 北의 노림수 경계해야

‘체제가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헛된 희망일지 모르지만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북미대화에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환영한다는 담화를 내놓았고 유럽연합(EU)도 고무적인 조치라고 반겼다. 벌써 국내외에서 이번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은 무엇보다 북미대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각국의 기대처럼 북미대화가 잘 풀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특히 그간 북한이 보여온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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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했으나 북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파기했다. 2003년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등 미국의 위협이 없어진다면 핵무기는 필요 없다’는 북한의 입장도 과거와 별반 다른 게 없다. 이런 주장은 이전 협상 국면에서도 북한의 단골 메뉴였다.

김정은으로 지도자만 바뀌었을 뿐 북한의 태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왜 이 시점에 북한이 ‘비핵화 카드’를 꺼냈는지 그 의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격 협상에 들어가면 북한이 대화의 대가를 요구하고 이런저런 의제를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분열을 겨냥한 노림수가 있을 수도 있다.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차분히 대응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의 대북 대화가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았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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